기존 10% 대에서 20%로 급증
해외 가상화폐 유입 중
[뉴스핌=강필성 기자] 주식시장에선 '코리아 디스카운트', 가상화폐시장에선 '코리아 프리미엄'.
비슷한 수준의 이익을 내는 같은 업종의 기업이지만 한국 증시에 상장됐다는 이유만으로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비해 주가가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한다. 하지만 가상화폐시장에선 반대다. 똑같은 종목이 한국의 거래소에선 외국에 비해 통상 10%, 최근에 20% 가량 비싸게 거래된다. 이를 가상화폐 시장에선 '코리아 프리미엄' 또는 '김치 프리미엄'이라 부른다.
‘김치 프리미엄’이 계속되자 일부 투자자들은 해외 시장에서 좀더 싸게 산 가상화폐를 국내시장으로 들여와 팔기도 한다. 일종의 무위험 차익거래(아비트리지 arbitrage)가 가능한 셈이다.
8일 오전 8시 30분.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2336만3000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같은 시각 해외 거래소에선 평균 1922만7000원에 거래됐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무려 413만6000원(17.7%) 더 비싸게 거래된 것.
비트코인 뿐만이 아니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국내에서 56만원대 거래됐지만 해외에서는 47만원에, 비트코인캐시는 국내에서 168만원, 해외에서 144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자료=빗썸> |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이유는 간단히 말해 국내시장에 거래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 가격이 해외에 비해 비싼 걸 알아도 더 비싸게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으니 올라가는 것.
여기에 가상화폐 시장은 각각의 거래소를 넘나들며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점도 이유다. 해외는 고사하고 국내의 가상화폐 거래소끼리도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차익거래를 통해 가격을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의 익명성으로 인해 국내에서 보유한 가상화폐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며 “다만 국내 거래규모의 급격한 성장세로 봤을 때 자연스럽게 수량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은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즉,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사와 국내에서 팔면 20%의 ‘프리미엄’을 수익으로 가져가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세계 1위 거래소인 홍콩의 비트파이넥스에서 1비트코인을 1만6200달러(1772만원)에 구매하면 국내 거래소인 빗썸에서 2447만원에 매각할 수 있다. 이런 형태의 거래를 하루에 10번만 반복한다면 1772만원을 들여 수익을 6700만원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외환관리법을 위반하게 될 소지가 크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원화환전, 해외구매, 국내판매, 송금으로 각 역할이 나눠져 기업형으로 움직이는 팀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이 ‘김치 프리미엄’으로 벌어들이는 금액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발빠른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구매하고 이를 국내로 반입해 매각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국내에서 해외거래소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여권 인증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하고, 외국인에 대한 거래 규모도 총 2비트코인 정도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주요 해외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KYC(Know Your Customer·고객신원확인)정책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는 KYC 정책이 적용되지 않은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현지 환전책을 통해 가상화폐를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역으로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구입한 투자자가 국내 환전책과 손잡고 차익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어느 쪽이든 해외 가상화폐가 국내로 유입되며 국내 자금이 해외로 빠르게 빠져나간다는 이야기다. 국내에서 가상화폐가 법적으로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거래에 대한 과세는 전무하다.
결국 가상화폐 거품이 꺼질 경우 단기간 내 가장 많은 가상화폐를 빨아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의 피해가 가장 커지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인캡마켓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가상화폐 거래량은 3조2061억원으로 전세계 거래량 중 16.02%를 차지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