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암리에 금융 정보 남지 않는 개인간 가상화폐 거래 성행
[뉴스핌=강필성 기자] “비트코인 현금화, 현금 비트코인화 합니다. 텔레그램으로 연락주세요.”
최근 가상화폐 커뮤니티 등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광고 문구다.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가상화폐와 현금을 개인간에 거래하겠다는 얘기다. 이같은 개인간 거래는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개인간 거래가 자금세탁, 탈세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6일 가상화폐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가상화폐의 개인간 거래는 음지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연락처 추적이 불가능한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일부 사업자는 아예 홈페이지까지 개설해 영업을 하는가 하면, 직접 만나 거래하는 직거래까지 이뤄지고 있다. 개인간 익명 거래를 주선하는 해외 기업형 사이트도 등장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248개국 1만5669개의 도시에서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다. 현재 한국 내에서만 5000만원 이상의 매물이 등록돼 있다.
<사진=셔터스톡> |
이같은 개인간 거래는 시장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거래자에게 불리한 조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판매 혹은 구매자가 투명하게 드러나 있지 않아 가상화폐나 현금만 받고 잠적하는 사기 거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개인간 거래가 이뤄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익명성이다. 은행 계좌와 연동돼 거래 가상화폐의 입출금 내역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가상화폐 거래소와 달리 가상화폐 지갑(wallet)을 이용한 개인간 거래는 금융기관에 매매 정보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요컨대 가상화폐의 개인간의 거래가 탈세 및 자금세탁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가상화폐는 지갑에 담는 순간 온라인 연결이 되지 않더라도 안전하게 가상화폐가 보관되는 시스템이다. 거래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연결이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거래소를 통하지 않는 개인간 거래의 경우에는 신상이 드러나지 않는다.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이런 형태로 해외로 유출되는 외화나 범죄자금 세탁이 상당한 규모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형태의 거래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자금세탁 및 탈세 방지를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확인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지만 정작 개인간 거래의 경우에는 통제 방법이 전무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가 법적으로 규제되지 않다보니 개인간 거래도 불법은 아니다”라며 “자금세탁 및 원화유출 자체는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지만 이런 개인간 거래나 중개를 통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지난 7일 대표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를 대안으로 꼽기도 한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화폐 중개·교환·매매를 하는 사업자가 탈법을 조장할 경우 처벌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현재 이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오히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 도입 계획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