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 등 오너일가 38% 지분 보유
주력 도시가스사업 수익성 낮아 투자사업 올인
[뉴스핌=심지혜 기자] LS그룹 계열사 예스코가 최근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3위까지 떠오른 신라젠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면서 300%가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예스코는 신라젠 외에도 성장성이 높은 스타트업 등에 지속 투자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투자가 최대주주로 있는 LS그룹 오너 일가의 이익 실현을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LS와 예스코측은 "독자적으로 집행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예스코는 도시가스공급 기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으나 공공재적 특성이 강해 높은 수익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이에 대부업체 자금 대여나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지분 인수 등에 투자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예스코는 지난해 1월 신설한 투자운용부문 조직을 통해 대부업체에 자금을 대여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등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스코는 지난해 2월 1일 당시 비상장사이던 항암치료제 개발업체 신라젠 주식 4만8302주를 주당 2만4800원가량에 매입, 약 1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 6일 종가 기준 10만3080원을 고려하면 예스코가 보유한 신라젠 지분 가치는 50억원에 달한다. 성장 가능성을 미리 예측한 투자로 300%가 넘는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같은해 7월에는 2014년 설립된 미국 스타트업 에바오토메이션에 116억원을 투자했다. 에바오토메이션은 음성인식 기술 업체로 최고급 영국 스피커 회사인 바워스&윌킨스(B&W)를 인수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신기술투자조합인 QCP IBKC 투자조합에 1억원을 투자했으며 지난 5월에는 미국 투자회사 오크힐이 제공하는 기업 대출채권 담보부 증권(CLO)을 54억원에 사들였다. 또 6월에는 창업투자조합인 ‘메디치 중소 선도기업’에 13억원을 투자했다. 7월에는 싱가포르 음식료 배송 스타트업인 어니스트비 지분 6.67%를 112억원에 매입했다.
또한 지난해 4월부터는 펀드리 펀딩 신탁(Fundry Funding Trust)을 통해 미국 내 대부업체에도 4차례에 걸쳐 95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도시가스 공급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예스코가 이처럼 다방면으로 투자에 나선 것은 현재의 사업 내용으로는 높은 이익 실현이 어렵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도매요금과 소매요금은 각각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 요금은 물가상승률조차 반영되지 않은 채 최근 3년간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난방용 매출은 사용량이 많은 11월부터 3월까지가 70%를 차지할 정도로 계절적 편차가 심하다.
이에 2013년 1조5072억원이던 전체 매출액은 지난해 1조513억원대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도시가스 사업 매출은 1조4025억원에서 9291억원으로 줄었다.
예스코 관계자는 "도시가스 사업 성장률은 계속 정체기에 있다"며 "성장성을 높이고 경영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차원에서 현금을 바탕으로 한 투자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우리가 선택 가능한 해답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스코의 최대주주는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13.16%)으로 이외 친인척 22명까지 합하면 총 38.8%의 지분을 LS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이에 이같은 투자가 LS그룹 오너 일가의 이익 실현을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에바오토메이션과 어니스트비의 경우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 구본웅씨가 대표로 있는 미국 벤처캐피털 포메이션8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은 곳이다. 구자홍 회장과 구본웅 대표는 각각 예스코 지분 3.6%와 0.38%를 갖고 있다.
LS그룹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지만 경영과 소유가 분리돼 있다. 심지어 예스코는 그룹 실적에도 반영되지 않는다"며 "투자 집행은 회사 자체적인 판단 아래 이뤄진 것으로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다방면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예스코 투자가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재무적 가변성이 높아져 자금운영과 관련된 투자 규모나 성과, 재무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도시가스 사업은 수익이 크지 않지만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수 있어 운용 방안에 대해 다들 고민하는데 예스코는 해결 방안으로 공격적 투자를 택한 것"이라며 "아직 재무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라고 판단되지는 않지만 향후 투자 방향에 따라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심지혜 기자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