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영화 ‘범죄의 재구성’(2004) 김선생, ‘싸움의 기술’(2005) 오판수, ‘타짜’(2006) 평경장, ‘관상’(2013) 김종서, ‘내부자들’(2015) 이강희까지. 매 작품 강렬한 연기로 독보적 캐릭터를 창조해 온 그가 이번에는 스크루지로 돌아왔다. 월세 챙기기 바쁘고 매일 “205호!”를 찾아 헤매는.
배우 백윤식(70)이 신작 ‘반드시 잡는다’로 극장가를 찾았다. 29일 개봉한 이 영화는 30년 전 미제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살인이 시작되자 동네 터줏대감과 전직 형사가 범인을 쫓는 미제사건 추적 스릴러. 제피가루의 인기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원작으로 했다.
“소재가 특별해서 좋았어요. 충무로에는 없던 거라 그 부분을 높이 평가했죠. 다만 첫 시나리오를 보고는 긴가민가했어요. 초고는 지금과 달랐거든요. 그러다 원작을 봤죠. 그걸 들여다보면서 작품 후기까지 보게 됐고 완전히 빠져들었죠. 물론 원작보다 중요한 건 각색본이고 영화 전체였어요. 영화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날개를 달아야 하니까 감독은 감독대로, 배우는 배우대로 함께 연구해갔죠. 그렇게 미팅을 통해 무르익어 가는 과정을 거쳤어요.”
극중 백윤식이 열연한 캐릭터는 심덕수. 뛰어난 열쇠공이자 아리동에서만 한평생을 살아온 동네 터줏대감이다. 꼬장꼬장한 성격으로 동네 주민에게는 인심을 잃었지만, 또 한평생 그렇게 살아온 덕에 아리연립맨션의 건물주가 됐다. 알고 보면 따뜻한 구석도 없지는 않다.
“사실 우리 주위에 심덕수 같은 인물이 많아요. 워낙 많이 봐와서 괴리감은 없었죠. 심덕수의 경우 자수성가한 캐릭터라 자기관리가 철저해요. 열쇠 수리공이자 빌라 소유주잖아요. 그렇게 자수성가하는 사람들은 짠 부분이 있죠. 귀여운 스크루지랄까요?(웃음) 근데 또 보면 속은 깊어요. 사실 우리 사회에도 열심히 사는데 꼬장꼬장한 그런 분들 있잖아요. 그러면서도 자기 관리 철저하고. 훌륭한 분들이죠.”
영화의 하이라이트, 액션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심덕수로 분한 백윤식은 스쿠터를 타고 질주하는가 하면, 성동일, 천호진 등 후배 배우들과 몸싸움을 하는 등 다양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물론 처음은 아니지만, 이렇게 처절한(?) 액션은 그에게도 낯설었다.
“육체적으로 크게 힘들진 않았어요. 무술팀들이 있으니까. 다들 전문가들이라 그 친구들과 지도를 봤죠. 직접 소화한 거야 완성도 있게 하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으니까요. 또 액션이 처음도 아니고요. 다만 그간은 일당백, 거침없고 장악하는 액션이었다면 이건 본능적인 액션이었죠. 목숨 내놓고 정신력으로 부딪히는 거예요. 일어나서 또 하고 또 하고. 막상 할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꽤 많이 부딪혔더라고요(웃음).”
백윤식의 액션 연기는 자연스레 ‘중·노년 버디물’이라는 주제로 이어졌다. 실제 ‘반드시 잡는다’는 70년 노인과 50대 중년을 범죄 스릴러 전면에 세웠다는 이유로도 크게 호평받았다. 위험한 모험이었지만, 충무로 전체를 놓고 볼 때 분명 의미 있는 시도였다.
“노년층이 주인공인 작품이 많지 않다고 해서 아쉽진 않아요. 그건 억지로 되는 건 아니죠. 사회적 흐름이 있고 업계 마인드가 있으니까요. 다만 할리우드에는 이런 케이스가 많죠. 반가운 건 우리도 그쪽으로 점점 가고 있다는 거예요. 투자·제작자의 마인드도 관객 정서도 바뀌고 있죠. 이런 여건이 완전히 형성된다면 더 다양한 작품도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이왕이면 ‘반드시 잡는다’가 거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면 하고요.”
1970년 K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어느새 47년째. 문득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연기를 해오면서 변하지 않은 백윤식만의 철칙이 궁금해졌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그 질문을 던졌다.
“그런 건 없어요. 그냥 전 자연인이죠. 하하. 내추럴하게 어디 틀에 박히지 않고 내 직업에 충실하면서 최선을 다하면서 그렇게 사는 겁니다. 다만 항상 진행형이라는 생각은 해요. ~ing 진행형. 전 아직도 제 연기가 변할 거라 믿죠. 크게 보면 종합 예술 아닙니까. 그 안에서 저의 소소한 움직임은 창작 활동이고요. 창작이라는 건 계속 진행하면서 만들어가야죠. 항상 진행형이니까 주변 여건만 맞으면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웃음).”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