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제 운영지침 개정 따라 인턴 1명 감원하고 8급 1명 증원
'대량 해고 방지' 목적…인턴들 "열악한 처우 개선이 먼저"
[뉴스핌=조현정 기자] 국회의원 보좌진 중 계약직 청년 인턴을 1명 줄이는 대신 8급 별정직 공무원을 1명 늘리는 개정안이 '혈세 낭비'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는 지난 24일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국회 인턴제 운영 지침'에 따라 인턴이 2년 넘게 근무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마련됐다.
대량 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8급 보좌 직원을 늘린다는 취지에 따라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9급 비서 1명씩 총 7명이었던 각 의원실 보좌진 정원은 총 8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결과적으로 별정직 공무원 보좌 직원을 새로 추가해 의원실 몸집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뉴시스> |
◆ "국민들에게 추가 부담, 염치 없다"…내부 비판도
이번 개정안에 소요되는 추가 인건비는 한 해 67억원으로 추산된다.
운영위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행 지침에 따르면 내년 1월이면 88명의 인턴이 해직되고 연말이면 256명, 전체 인턴의 45%가 해직된다"면서 "국회 보좌진 늘리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도 감안해야겠지만 인턴을 마치 기간제 직원처럼 써온 부분도 있다"고 개정안을 통과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원래 의원 1인당 보좌진은 보좌관·비서 등 7명과 인턴 2명으로 구성됐다. 본회의 통과에 따라 보좌진 8명에 인턴 1명을 둘 수 있게 된다. 이번 개정안이 나온 이유는 지난 1월 국회 사무처가 내년부터 인턴 기간을 2년 미만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존 인턴 중 88명이, 내년 연말이면 전체 인턴의 45%에 달하는 256명이 실직될 위험에 놓였기 때문이다.
국회 인턴제는 청년들에게 의정 활동 체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1999년부터 운영돼 왔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높은 업무 강도에도 낮은 급여를 받는 등 처우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은 해마다 나왔다.
보좌진은 2000년 이후 꾸준히 늘어왔다. 2000년 이전까지는 5명이었고, 2000년 6명(4급 1명 증원)으로 늘었다. 2010년에는 7명(5급 1명 증원)이 됐다.
국회 사무처는 지금까지 의원실당 2명의 인턴을 통틀어 최대 22개월의 인턴 급여를 보조했다. 이 때문에 의원실에서는 통상 2명에게 각 11개월의 근무 기간을 배분했다. 12개월 이상 근무시에는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점도 고려됐다. 국회 인턴제 운용 지침이 시행되면 2년 이상 근무 인턴은 국회를 떠나야 한다.
이와 관련,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개정안 표결에 앞선 토론에서 "비서를 새로 신설할 때 비용을 누가 부담할건지가 핵심인데 국민들에게 추가 부담하도록 하는 건 염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세비를 깎아서라도 인턴 1명을 8급 비서로 전환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된다. 조금 더 가진 사람들이 덜 가진 사람들에게 비용을 부담해야지, 국회가 국민들의 비용으로 충당하는 해법을 보여줘서는 안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회 본회의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 인턴들 "법 만드는 곳에서 현실 외면"…"8급 신설, 해결책 아냐"
특히 소방관·경찰관 등 공무원 증원에는 반대해온 야당 의원들조차 자신들의 보좌진 증원을 위해선 법 개정을 밀어 붙인다며 '제 식구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대다수 의원실이 인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시적으로 인턴을 채용할 뿐 아니라 이들에게 일반 보좌진 못지 않게 많은 업무량을 요구하고 있으며 노동 조건도 열악한 편이다.
현재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인턴 직원들이 받을 수 있는 임금은 최대 기본급 135만2230원과 연장 근로 수당 월 23만2920원이지만 실제 노동 시간을 감안하면 최저 시급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인턴제는 1999년 의정 활동 지원과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시행됐지만 취지와 달리 보좌 직원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높은 업무 강도에도 낮은 급여를 받는 등 처우 수준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국회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A씨는 "(8급 신설은) 아직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2명 중 1명만 되는 것이고 나머지 1명은 11개월 일하고 나가야 한다는 것 아닌가. 특별히 대책이 있는 개정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계를 꼬집었다.
다른 인턴 B씨는 "인턴들이 가장 먼저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한다. 인턴직이 국회에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법을 만드는 곳에서 정작 이런 현실을 외면한다"며 "(8급 공무원직 신설보다) 현재 열악한 인턴 처우 개선이 먼저인데, 이 법이 해결책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비판했다.
C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국회 인턴은 다른 분야 인턴과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평균 나이도 훨씬 높고 일은 정규직 보좌진과 다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실제로 인턴으로 몇 년간 일하다 바로 5급 비서관으로 채용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턴 편법 운영을 정상적으로 8급 신설하는 것은 국회가 제대로 법을 지켜가며 일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조현정 기자 (jh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