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스 파고 AI 애널리스트 과격한 투자의견 빗나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 최초의 로봇 애널리스트가 제대로 망신을 당했다. 지난 10월 페이스북에 대해 매도 투자의견을 제시했으나 이후 주가가 강하게 상승했기 때문.
인공지능(AI)이 트레이더부터 펀드매니저까지 월가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어 이번 결과에 시장 전문가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페이스북 <사진=블룸버그> |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웰스 파고가 개발한 로봇 애널리스트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주식분석애널리스트(Artificially Intelligent Equity Research Analyst)를 의미하는 이름이 붙여진 에어라(Aiera)는 지난 10월6일 페이스북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이전까지 웰스 파고가 페이스북에 대해 ‘매수’를 추천했기 때문에 이는 파격적인 투자의견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른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뉴욕증시의 상승 동력으로 흔들림 없는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점에서 매도 주문은 과격한 판단이었다.
최종적인 투자의견을 내놓기 앞서 로봇 애널리스트 에어라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기간 페이스북의 러시아 관련 광고에 대해 수 천건에 이르는 문서를 수집, 분석했다.
이와 함께 미국 의회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의 청문회를 실시하는 등 워싱턴의 움직임을 근거로 에어라는 페이스북에 대한 매도가 홍수를 이룰 것으로 판단했다.
아마존의 디지털 비서인 알렉사 개발에 참여했던 브라이언 페일리 롤라 이사와 에어라 개발을 주도했던 웰스 파고의 베테랑 IT 애널리스트 켄 세나는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에서 당시 매도 의견이 당혹스러웠다고 털어 놓았다.
자신이 제시한 ‘시장수익률 상회’ 투자의견을 급격하게 뒤집고 에어라의 판단대로 페이스북의 매도를 권고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달 6일 172달러에서 거래됐던 페이스북 주가는 매도 의견이 제시된 이후에도 상승 추이를 지속, 최근 181달러 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 월가 최초 인공지능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이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로봇은 더 이상 미국 금융업계에 생소한 존재가 아니다. 상당수의 헤지펀드 업체들이 시장 지표들을 분석하고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데 AI를 도입했다.
모간 스탠리가 최근 어닝 시즌 종목 분석에 AI를 이용하기 시작했지만 특정 종목이나 섹터에 대한 투자의견 제시는 여전히 애널리스트의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에어라의 투자의견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애널리스트였다면 이를 재검토했겠지만 로봇은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뉴욕대학의 반산트 다르 교수는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에서 “금융 부문을 분석하는 기계란 쉽지 않은 장기 과제”라며 “프로그램의 실제 작동에 대해 속아넘어가기 십상”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