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실수 효과' 인간-로봇 관계에서도 성립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인력을 대체하는 데 성공하는 로봇의 비결은 의외로 실수라는 주장이 나왔다.
로봇이 설계된 프로그램과 달리 실수를 저지를 때 기존의 인력과 융화가 오히려 강화된다는 사실이 오스트리아의 실험에서 확인됐다.
소프트뱅크의 로봇 나오(Nao) <출처=블룸버그> |
로봇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일자리를 뺏기는 데 대한 우려와 별도로 기존의 인력과 마찰 없이 생산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업계의 과제다.
이를 위한 다각도의 연구가 추진되는 가운데 잘츠부르크대학의 휴먼-컴퓨터 인터랙션 연구소의 실험에서 결점을 가진 로봇이 사무실에서 환영 받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다수의 시뮬레이션을 설정하고 기존의 직원과 로봇의 상호 작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로봇이 때때로 실수를 범할 때 기존의 인력이 로봇에 대한 친화감을 보이는 한편 보다 강한 융합을 이루는 것으로 드러났다.
니콜 머닝 잘츠부르크대학 연구원은 3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로봇과 인공지능(AI)에 관한 실험에서 사람들이 완벽한 로봇보다 결점을 보이는 로봇을 더 반기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모습을 한 소프트뱅크의 이른바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Nao)’가 두 가지 실수를 하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나오는 사무실 동료가 알려준 지시 사항을 알아듣지 못해 한 번 더 말해 달라고 부탁하는 한편 물건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범하도록 프로그램 됐다.
연구팀은 기존 인력이 나오를 대하는 태도와 반응, 상호 작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했고, 크고 작은 몸짓이나 표정 등을 통해 나오가 실수했을 때 교감이 더 깊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결점을 가진 로봇이 동료 직원들 사이에 오히려 믿을만한 캐릭터를 지녔다는 평가를 얻었다고 전했다.
머닝 연구원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성립하는 전제 가운데 상당 부분이 사람과 로봇 사이에서도 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로봇이 완전무결하다고 생각할 때 기존의 인력들이 자신의 결점을 더욱 심각하게 여기고, 로봇과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이다.
WSJ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실수 효과’가 사람과 로봇의 관계에서도 성립한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