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채용·주식거래 규제 강화…임원징계규정 신설
퇴직 임직원 포함한 직무관련자 사적 접촉 금지
[뉴스핌=이지현 기자] 채용비리와 주식차명거래 등으로 논란을 빚은 금융감독원이 12개 항목의 인사혁신안을 마련했다. 서류전형을 없애고 필기시험과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주식거래 규제 강화 및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 강화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 같은 내부 통제 강화만으로는 외부의 부정청탁 등 외풍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은 9일 외부 인사로 구성된 '인사·조직문화 혁신 TF'가 마련한 쇄신 권고안을 발표했다. TF는 학계와 언론, 법조계 전문가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조경호 국민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우선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채용과정을 전면 개편키로 했다. 채용 전 과정에서 지원자의 이름과 학교, 출신 등이 공개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서류전형을 폐지해 1차 전형부터 객관식 시험을 볼 예정이다. 최종 면접에는 외부 전문가가 절반 이상 참여토록 해 외부청탁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키로 했다.
경력직 채용 과정도 신입직원 채용과 비슷한 수순을 밟기로 했다. 경력직 지원자도 시험을 보도록 하고, 세평 조회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은 경력직의 경우 면접으로 뽑았지만, 앞으로는 시험을 보도록 해 채용을 할 것"이라면서 "신입직원 채용과 비슷한 프로세스로 갈 거고, 세평 조회도 문제되는 점이 많은 만큼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금감원 채용 프로세스의 공정성 확보 및 임직원 비위행위 근절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블라인드 채용이 오히려 특정 지역과 학교의 쏠림 심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에 최흥식 금감원장은 "시험을 통해 능력을 평가하되, 지방에 계신 충분한 인원이 채용 과정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지역출신 지원자는 필기시험에서 합격정원의 150% 안에만 들어도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해 총 20%정도의 지역인재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수준 강화 및 사전 예방 대책도 마련됐다. 비위행위가 적발된 임원은 즉시 직무에서 배제되며, 이때 감액되는 기본급은 20%에서 30%로 늘어난다. 비위행위로 인해 퇴직할 경우 퇴직금은 50% 삭감된다.
주식거래 규제도 강화된다. 현재 금감원은 직원들의 주식거래를 분기별로 10회 이내 연 급여의 50% 규모로 제한하고, 직무관련 주식 취득만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금감원 전 직원은 금융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없으며, 기업정보를 다루는 공시국이나 신용감독국 등 직원은 전 종목의 주식 취득이 금지된다.
한편 TF는 퇴직 임직원을 포함한 직무관련자와의 면담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존에는 검사·인허가 신청과 관련된 직무를 하는 사람과 외부에서 사적인 접촉을 하면 안되는 규정만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사·감리·등록·심사업무를 하는 직원들도 퇴직 임직원을 포함해 직무관련자와 사적인 접촉을 할 수 없다. 원내에서도 직무관련자와 1대1 면담이 금지되고, 불가피하게 면담을 할 경우 의무적으로 서면보고를 해야 한다.
다만 이번 혁신안이 외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혁신안이 대부분 금감원 내부 직원들의 일탈을 처벌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고, 금감원 독립성 제고나 외부 입김 차단 방안은 부족하다는 것.
이에 조경호 TF 위원장은 "그 문제는 공공기관, 특히 금융공공기관의 거버넌스 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가능한 얘기"라면서도 "퇴직임원들이 채용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내부 규정이나 조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흥식 원장은 "오늘은 전체적인 혁신 방안에 대한 발표이며 구체적인 안은 연말까지 만들 것"이라면서 "아무리 규정을 만들어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한계가 있지만, 금감원 임직원들이 흠결없는 행동과 자세,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고 채용을 진행하겠다는 다짐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TF는 11월 말까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금감원은 연말까지 조직개편안을 만들어 전체적인 조직운영에 대한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