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포함 운용사들 하이일드 본드 비중 축소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정크본드 스프레드가 올들어 20% 가까이 하락,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자 투자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경제 펀더멘털과 기업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뉴욕증시의 사상 최고치 랠리와 함께 정크본드 가격이 급반전을 이룰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경고다.
월가 뉴욕증권거래소(NYSE) 근처 행인들 <사진=블룸버그> |
2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미국 정크본드의 국채 대비 수익률 스프레드가 338bp까지 떨어졌다. 올들어 스프레드 낙폭이 20%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4년 기록한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와 거리를 불과 3bp로 좁힌 수치다.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이전 2007년 기록한 사상 최저치인 241bp와 격차가 100bp 이내로 축소됐다.
올들어 정크본드는 7.4%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등급 채권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자산시장 전반에 ‘리스크-온’이 두드러진 결과다.
투자자들은 스프레드 하락에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비둘기파로 통하는 제롬 파월 이사가 내년 2월 연방준비제도(Fed)의 의장에 사실상 지명됐지만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지속될 전망이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J)까지 주요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긴축 카드를 꺼내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요 투자은행(IB)과 자산운용사는 이미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블랙록과 더블라인 캐피탈이 하이일드 본드 비중을 축소하고 나섰고, JP모간 애셋 매니지먼트 역시 같은 행보를 취하고 있다.
ECB와 BOJ의 자산 매입이 기업 신용시장을 왜곡시켰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기존의 채권 가격과 스프레드가 적정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블랙록의 릭 라이더 최고투자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전세계 금융 여건이 극심하게 느슨하다”며 “현 수준의 정크본드 수익률과 스프레드는 중장기적으로 영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회계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연초 이후 하이일드 본드 발행액이 2210억달러로 파악됐다. 이는 5년 평균치를 밑도는 것으로, 상대적인 공급 감소가 스프레드를 더욱 큰 폭으로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이와 별도로 시장 조사 업체 EPFR에 따르면 올들어 레버리니론 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18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정크본드 가격이 강세를 나타낸 데 따라 레버리지론으로도 자금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알리안츠번스타인의 거손 디스텐펠드 신용 담당 이사는 “투자자들이 돈을 뿌려 투기등급 기업들이 저비용에 채권을 차환 발행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결국 이는 실수라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