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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톡] 과거에서 예측한 디스토피아 미래, 실상은 현재…연극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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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황수정 기자] "이 세계가 진짜라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어?" 극 중 가장 인상 깊은 대사이자, 공연을 보는 내내, 공연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되는 질문. 혼란스러운 감정 그대로, 깊은 고찰을 하게 만드는 연극 '1984'가 공연 중이다.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연극 '1984'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원작으로, 영국의 차세대 극작가 겸 연출가 로버트 아이크(Rovert Icke)와 던컨 맥밀런(Duncan Macmillan)이 각색한 희곡에 대한민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 한태숙이 함께 해 완성했다.

소설 '1984'는 빅브라더의 감시 하에 모든 것이 통제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음울하고도 생생하게 담은 걸작으로 꼽힌다. 무대 위에 오른 '1984'는 원작의 부록 부분에 주목해 액자식 구성으로 진행된다. 북클럽에 모인 사람들이 토론을 하면서 시작해 원작의 내용이 펼쳐지고, 이후 북클럽의 모임이 파하면서 공연도 끝난다.

주인공 '윈스터 스미스'(이승헌)는 통제사회인 오세아니아의 국민으로, 당의 과거 기록들을 삭제 또는 조작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는 사상경찰과 텔레스크린이라는 기술로 끊임없이 국민들을 감시하는 당에 대한 불신으로 일기 속에 진실을 기록한다. 또 '줄리아'(정새별)와 만나며 나름의 방식으로 당에 저항하다 '오브라이언'(이문수)에게 붙잡혀 고문을 받게 된다.

어린 소녀가 '반역자'라고 소리치고, 말 하나 잘못해서 고문을 당하고, 사상경찰이지 않을까 서로를 의심하고, 글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죄가 되는 사회. 억압으로 가득찬 혼란스러운 이곳은 현재와 맞물린 부분이 많다. 개인 사찰이 진행되고,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고, 가짜 뉴스가 만들어지고, CCTV와 스마트폰 등, 극중 절대 권력이자 독재자인 '빅브라더'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혹은 더 교묘하게 발전해 우리 사이에 숨어있는 듯 하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런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윈스터 스미스가 결국 고문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오랜 시간 억눌리고 계속되는 강요와 억압에 오히려 이제는 익숙한 듯, 문제 의식 없이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수다. 때문에 공연을 보는 내내, 보고 난 후에도 묘한 기시감 때문에 더욱 여운이 짙게 남는다.

캄캄한 어둠에서 시작한 공연은 원작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재현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시종일관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시간과 공간, 인물간의 관계, 과거와 현재, 미래 등을 오가며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특히 겹겹이 쌓아 올린 박스의 차가움, 텔레스크린으로 투사되는 거대 영상들은 더욱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다소 난해할 수 있는 장면들도 배우들의 열연으로 빛이 난다. 특히 윈스터 스미스를 연기하는 이승헌의 열연에 박수를 보낸다. 또 이문수 역시 묵직하게 극의 중심을 잡으며 한층 무게감을 더한다. 공연은 조금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부분도 있기에 심약한 사람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연극 '1984'는 오는 1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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