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엘케이 "중국→미국, 자금송금 제재로 지연…투자 의중은 재확인"
증권가 "중국 소기업 협상력 미지수…투자금 납입 지연 장기화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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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우수연 기자] 터치스크린패널 생산업체 이엘케이가 최근 유상증자 납입 지연 공시를 잇달아 내면서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30일 이엘케이는 자회사인 두모전자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SIPE펀드' 자금 납입이 늦어졌다며 납입기일을 내년 1월 30일로 미뤘다고 공시했다. 당초 처음 유상증자 결정을 밝혔던 지난 3월이후 벌써 6차례 납입 지연 공시다.
이엘케이는 지난 3월 자회사 두모전자 지분 42%를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SIPE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계약은 SIPE 펀드가 두모전자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인수하는 구조로 짜여졌다. 중국에 있는 투자자가 자금을 미국 소재 사모펀드로 송금하면 다시 한국 기업인 두모전자 계좌로 입금하도록 한 것이다. 미화 2000만달러(228억원)에 해당하는 투자금 납입일은 3월 중순경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최초 납입일(3월 16일)의 하루 전날, 이엘케이는 납입일이 4월 29일로 변경됐다고 재공시했다. 내부 프로세스가 지연되며 투자금 납입 일정이 변경됐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4월 납입일이 돌아오자 회사는 북핵 위기에 따른 한반도 정세 불안으로 투자가 늦어지고 있다며 6월초로 다시 지연 공시를 냈다.
6월에는 중국 당국의 해외송금 승인 지연으로 자금 납입이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해당 투자와 관련된 법률적 절차는 거의 마무리됐으며 7월 중순까지는 계좌로 송금이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7월 중순이 되자 이번에도 회사측은 중국 당국의 '외화송금 제한조치'로 투자 승인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언급하며, 송금이 가능한 예외적인 정책을 활용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8월에 마찬가지로 납입 예정일을 10월말로 다시 변경했고, 10월말이 되자 지연 사유는 첨부하지 않은 채 또 한번의 지연 공시를 낸 것이다.
이엘케이 관계자는 "이번 연장 사유도 앞선 사례와 동일한(중국 당국의 외화 투자 송금 제한 조치) 사유로 통보문을 받았다"며 "회사도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펀드의) 투자 의지가 변동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공문을 보내줬기에 일단은 기다리고자 한다"고 답했다.
이엘케이 연도별 연결기준 매출액 <자료=한국기업평가, 금감원 전자공시> |
이엘케이는 Add-on 타입 터치스크린 판넬(Touch Screen Panel)을 주력 상품으로 생산하는 회사다. 2015년 이전까지는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거래를 확대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하지만 2015년 이후 제조업체들이 In-cell, On-cell 방식 등 다양한 터치스크린 판넬의 적용을 늘리면서 주력상품이 경쟁력을 잃게 됐다.
이에 2015년부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보유자산 매각 등을 단행하면서 올해 1분기에는 잠시나마 흑자전환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900%가 넘는 부채비율을 기록하며 재무 안정성에 대한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원종현 한국기업평가 연구위원은 "현금 창출력 저하로 과중한 차입금 상환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며 "올해 1분기 수익성이 일부 개선됐으나 창출된 영업이익이 미미해 재무부담 경감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대금 등에 의존적인 차입금 만기 대응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엘케이는 재무구조 개선 방안의 하나로 자회사인 두모전자의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다. 이번 SIPE펀드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두모전자 베트남 공장에 설비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회사 측은 SIPE펀드가 아직도 명확한 투자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 사이에선 중국 당국의 해외투자 송금 제한으로 인한 투자 지연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초 사드 이슈로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최근 화해무드를 보이면서 국내에서는 그동안 중단됐던 중국자본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사드 관련 제재는 해소된다 해도 해외투자 관련 외화송금 제한 자체는 '결'이 다른 문제다. 환율 방어 차원에서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로 투자하는 모든 자금에 대해 제재가 가해지기 때문이다.
코스닥 업체의 IR 담당자는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로 나오는 투자자금에 대해선 중국업체들의 송금과 관련한 제재가 여전히 있다"며 "다만 대기업의 경우 자회사를 통해 송금을 하는 등 우회적인 방법도 가능한데 중국내에서 이 같은 방법을 쓸 정도로 규모와 수완이 되는 회사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증권사의 중국기업 IPO 담당자도 "중국은 해외투자 자금에 대해 깐깐하게 심사를 하는데, 더구나 미국에 있는 사모펀드라면 불특정한 펀드로 자금이 나가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일이라 당국에서 제한을 걸 수 있다"며 "아직 사드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니 최종적으로 한국 기업에 투자할 자금이라면 더욱 문제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본토에서 자금 송금이 제한되고 있다면 중국투자자와 외환당국의 협상력에 따라 진행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보통 증자 이전에 미리 미국으로 투자금을 옮겨놓고 진행했어야 하는데 실무상에 실수가 있었다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