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집회, 2016년 10월 29일부터 시작
23차례 1684만 참여…정치효능 높아져
정치객체 전락 국민, 정치의 주인공으로
대의민주주의 외면했단 우려의 목소리도
[뉴스핌=황유미 기자] 박근혜 정권 퇴진부터 조기대선을 통한 새로운 대통령 선출까지. 23차례, 1684만명이 참석한 촛불집회가 대한민국의 역사에 남을 것이란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5개월에 가까운 긴 시간동안 평화로운 모습으로 시민의식을 보여준 촛불집회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헌법에서 명시하는 대의제 민주주의 형태가 아닌 국민들이 직접 참여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다. 그 명암을 재조명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 결정한 지난 3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탄핵축하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해 비선실세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담긴 태블릿PC가 공개된 10월24일 직후 토요일 촛불집회는 시작됐다.
국정농단 의혹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촛불집회가 진행된 5개월 동안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시작으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가 이어졌다. 사상 첫 대통령 파면이다.
또 촛불은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들은 법의 심판대 위에 올려놓는 결과도 만들었다. 현재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에 대해서는 삼성그룹으로부터 뇌물을 제공받은 혐의 등으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조기대선을 통해 국민들은 새 대통령을 선출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퇴진, 대통령 탄핵 등의 직접적인 결과 외에도 촛불집회는 국민들의 정치 효능감을 크게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를 통한 국민의 정치 참여를 높인 점도 촛불집회의 큰 성과로 꼽힌다.
김소라(33·주부)씨는 "촛불집회를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 심어진 것 같다. 이전까지는 투표를 포함해 어떤 의견을 정치권을 향해 던져도 '거기서 거기. 바뀌겠어?'라는 의심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치에 참여하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회사원 유진철(남·29)씨도 "국정농단과 연관된 이대, 삼성 관계자와 최순실 등이 처벌받는 모습을 보면서 촛불집회를 통해 요구했던 일들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면서 사람들이 적극적이고 즐겁게 호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이 정치적 성취감을 많이 느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런 정치적 효능감은 지난 조기대선의 사전투표율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지난 5월 4~5일 진행된 제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에는 총 1107만명이 참여해 역대 최고인 26.06%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황금연휴 기간이었음에도 전체 투표율은 77.2%나 됐다.
사전투표 첫 날 스페인 마드리드로 떠나기 위해 공항을 찾은 김영은(여·29·강원도 원주시)씨도 "오후 비행기인데 사전투표하려고 일부러 일찍 왔다"며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 올해는 꼭 투표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힌 바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촛불집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헌법에서 명시하는 대의제 민주주의 형태가 아닌 광장 정치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8월 혁신선언문을 통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의 원리가 대의제 민주주의를 통해 실현돼야 한다고 믿는다"며 "대의제 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을 막고, 다수의 폭정에 따른 개인의 자유 침해를 방지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대의민주주의가 갖는 한계를 '촛불 민주주의'가 보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창열 용인대학교 교육대학원장은 "어떻게 보면 가장 바람직한 민주주의 형태는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것인데, 그게 안 되니까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는 것"이라며 "대의민주주의는 왕왕 국민의 민의를 왜곡했다고 지적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촛불집회가 이 부분을 보완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집회가 우리 사회에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국민이 투표하는 것 외에는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통치의 객체로 전락해 있던 상황에서 직접 자신들의 문제에 정치적으로 의사를 표현했다는 점"이라며 "주권자가 정치에 직접 참여해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을 유린한 국민 대표 탄핵을 이뤄내 국민 주권을 실현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