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원 들여 장기고정·분할상환으로 전환…상환부담↓
[뉴스핌=강필성 기자] #지난해 2억원의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A씨는 최근 고민이 늘었다. 시세 상승을 예상하고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좀처럼 매매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금리가 슬금슬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제2금융권에서 변동금리로 원금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만기까지 매매를 하지 못하면 원금을 한번에 갚아야 하는 처지다.
이런 A씨의 사례는 정부의 가계대출 종합대책을 통해 일부 활로를 찾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24일 '가계대출 종합대책'에서 취약부문인 제2금융권 주담대에 대한 구조개선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제2금융권 주담대는 변동금리의 일시상환 비율이 높아 금리가 오를 경우 차주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 중량구에 위치한 묵동 아이파크 아파트 /이형석 기자 leehs@ |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 주담대를 장기 고정·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정책모기지 상품을 올해 말까지 내놓을 예정이다. 초기 자금은 5000억원이지만 수요를 보가며 확대 추진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난 2015년 내놓았던 은행 안심전환대출과 유사한 상품이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부담하는 주택담보대출자가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로 변경하기 위한 전환대출용 상품이다. 2015년 3월 1차 판매 당시 하루에 5조원 정도씩 팔려나가다 나흘째 연간 한도인 20조원이 소진됐다. 2차 판매도 14조원 가량이 나갔다.
다만 제2금융권 안심전환대출은 차주의 특성을 감안해 초기 상환액이 낮고 만기로 갈수록 상환액이 증가하는 체증식 상환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신규대출 전환시 대출한도가 축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대출 취급 당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체상환비율(DTI)을 그대로 반영하기로 했다.
금리도 주택금융공사의 예산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합리적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에서 이처럼 제2금융권 대출 전환에 나서는 이유는 금리가 오르는 시기 자칫 뇌관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2금융권 주담대는 변동금리의 일시상환 비율이 높아 금리가 높아질 경우 차주의 부담이 대폭 커진다. 정부에서 지난해 주담대 분할상환에 대한 정책을 내놓자 일시상환이 가능한 제2금융권으로 소비자들이 몰린 것도 이런 구조의 원인이 됐다.
일시상환 대출의 경우 만기까지 원금상환의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에 분할상환 차주보다 상대적으로 비우량 차주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에서는 사실상 이들을 가계부채 증가 취약부문으로 보게 된 이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2금융권 주담대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 상환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소비여력 위축 및 성장 제약요인으로 작용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