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법원이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에서 정치공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과 이와 공모해 ‘관제시위’ 의혹을 받는 추선희 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 수사가 미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새벽 국정원법상 정치관여·직권남용 등 혐의로 추 전 국장에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강 부장판사는 “전체 범죄사실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피의자의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같은날 구속영장 심사를 받은 추 전 사무총장도 구속을 면하게 됐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혐의는 소명되나 피의자의 신분과 지위, 수사진행 경과 등을 고려할 때 도망 및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시켰다.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7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국정원 비리 혐의로 연루된 이들의 구속영장이 잇달아 기각되자, 최근 국정원 전담 수사팀을 늘리며 수사 의지를 다진 검찰은 당황하고 있다. 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추 전 국장 영장 기각 직후 입장을 내고, “국정원의 의사결정에 깊숙이 관여한 최고위 관부로서, 문성근 합성사진 유포 등 비난 공작, 야권 정치인 비판, 정부 비판 성향 연예인들의 방송 하차 내지 세무조사 요구 등을 기획하고, 박근혜 정부 문화체육계 블랙리스트 실행에도 관여하는 등 범행이 매우 중하다고 판단됐다”며 영장 발부를 주장했다.
특히, 추 전 사무총장의 기각에 대해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범죄 혐의 소명에도 불구, 도망 및 증거인멸 염려가 적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된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검찰은 “피의사실 대부분을 부인하는 것은 물론 압수수색 시 사무실을 닫아건 채 자료를 숨기고 주민등록지가 아닌 모처에 거주하는 등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현저한 피의자에 대해 ‘증거자료 수집, 피의자의 신분과 지위, 주거 상황 등을 고려해’ 영장을 기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관제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추선희 전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영장 기각 뒤, 검찰이 유감을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8일 국정원의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 퇴직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도 오민석 부장판사는 기각했다. 또 채용비리 등 혐의를 받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임원에 대한 구속영장도 법원이 발부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적폐청산 등과 관련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검찰의 사명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결국 사법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될까 우려된다”고 유감을 뜻을 나타낸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정부 및 방위산업 비리, 정치 시위 등 수사의 난이도가 비교적 어려운 만큼, 검찰의 보다 철저한 보강수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과거 방산비리, 정치 시위 등은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 같은 점이 영장 기각 사유에 종합적으로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