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의원 "법적 근거도 없는데 삼성에 유리하게 유권해석"
최종구 위원장 "삼성에 특혜 준 적 없어"
[뉴스핌=이지현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가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08년 차명계좌로 밝혀진 계좌를 실명전환 하지 않은 채 4조4000억원을 그대로 찾아갔기 때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를 용인한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은 삼성에 대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전자에 특혜 조치를 한 적 없다며 팽팽히 맞섰다.
16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에서 확인된 차명계좌에 대해 이건희 회장은 실명 전환은 커녕 누락된 세금도 납부하지 않고 4조4000억원을 대부분 찾아갔다"면서 "그 바탕에는 '차명계좌는 비실명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실명제에 따른 실명전환 대상이 아니다'라는 금융위의 유권해석이 바탕이 됐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박 의원에 따르면 이 회장은 과거 총 64건의 은행계좌와 957개의 증권 계좌를 차명으로 가지고 있었다. 특검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이 회장 측은 차명계좌를 모두 실명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하고, 누락된 세금 납부와 나머지 돈을 유익한 곳에 쓰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실명 전환된 계좌는 단 한 건 뿐이었다.
게다가 금융실명제 법에 따라 금융회사는 실명이 아닌 이 회장 계좌의 금융자산을 지급하면 안됐지만 이를 모두 지급했다. 금융위가 지난 1997년 법원 판결을 근거로 이 회장 계좌를 실명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유권해석 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금융위가 인용한 판결은 다수 쪽 대법관 2명의 보충의견에 불과해 법적 구속력이 없음에도 이를 활용했다"면서 "게다가 이듬해인 1998년에는 차명계좌는 당연히 실명전환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최종구 위원장은 "97년, 98년 판결이 서로 상반되게 해석됐지만, 2009년에도 관련 판결이 있었는데 이를 보면 98년 판결이 차명거래 일반에 대해서는 적용되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서 "최종판결에 따르면 명의인이 실명으로 했다면 실소유주가 누구든 실명거래로 본다는게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박용진 의원은 "2009년 판결은 2008년에 금융위가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관련 유권해석 이후에 나온 판결인데, 2008년에 미리 그런 판결이 나올 걸 알고 했다는 얘기냐"면서 "2008년 금융위가 펴낸 금융실명제 종합편람에서도 실명전환을 해야만 과징금 부과 등의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 나와 있는데 제대로 지시를 안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결국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위가 법을 유린하는 유권해석으로 이건희 회장에게 과징금과 세금을 면제해준 것은 삼성 맞춤형 황제 특혜로 노골적인 정경유착행위이자 중대 범죄다"라면서 "왜 금융위는 삼성 앞에서만 이렇게 작아지냐"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이에 "그 말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 어떤 근거로 금융위원회가 삼성의 뒤를 봐 준다고 하는가"면서 "당시 만든 실명제 업무편람은 더 이상 배포도 안하고 완전 중단했고, 현재 적용하고 있는 것은 2009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를 해석하고 운용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