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연극

속보

더보기

[컬처톡]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은 있다…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

기사입력 : 2017년10월17일 15:00

최종수정 : 2017년10월17일 15:00

[뉴스핌=황수정 기자]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은 있다. 그것이 엄청난 것일 수도, 혹은 아주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가치만큼은 제3자가 섣불리 평가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누군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무시하거나 짓밟고 있는 것은 아닌 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

지난 13일 개막한 서울시극단 창작극 '옥상 밭 고추는 왜'는 재개발을 앞둔 단독빌라 옥상 텃밭 고추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현자(고수희)는 옥상에 광자(문경희)가 키우는 고추를 과할 정도로 많이 따고, 그에게 폭언을 해 쓰러지게 만든다. 이를 알게 된 현태(이창훈)가 분노해 문제제기를 하고, 모두가 외면할 때 동교(유성주)만이 그를 돕는다.

작품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일상으로 시작한다. 누군가는 출근 때문에 정신없고, 아침잠을 방해받은 누군가는 한가득 짜증을 안고 차를 빼러 가고, 누군가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이른 아침 나선다. 반면 누군가는 빌라 앞 벤치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떨거나, 커피를 나눠 마시며 이런 풍경을 지켜본다. 많은 사람들이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다양한 군상을 선보이는데, 다소 산만한 감이 없지 않지만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 짐작케 한다.

옥상 밭 고추는 갈등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광자를 쓰러지게한 현자의 행동에 현태는 동교의 도움을 받아 사과를 받기 위한 시위를 벌인다. 각자의 삶을 살던 이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고, 혹은 화를 내게 된다. 물론 모든 것을 무시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모두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행태. 내 삶이 더 지치고 힘들기에 남의 아픔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다는 변명, 오지랖 떨지 말고 본인 앞가림이나 잘 하라는 조롱, 사실보다는 그저 친분에 의한 선동 등 너무나 현실적이라 가슴이 아프다.

사실 현태의 분노는 관객 또한 쉽게 공감하기는 힘들다. 물론 사람이 쓰러진 것은 안타깝고, 현자의 언행은 잘못되었다고 인정하지만, 현태처럼 마을을 들쑤실만큼 분노할 일인가 싶다. 그러나 곧 그동안 우리도 불합리에 익숙해졌고, 습관처럼 타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지내왔음을 깨닫게 만든다. 현태가 부르짖는 '사과'는 결국 우리 모두 더불어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의이자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인 것이다.

현자는 "별 것도 아닌 것들이 별 일도 아닌 걸로"라며 분노한다. 반면 현태는 "누군가에게 고추는 삶의 희망"이라고 외친다. 이들의 대립은 현태와 동교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어떻게든 결말을 맞는다. 다만 그 방법이 광자에게 했던 현자의 폭력적 방법과 다를 바 없고, 그 심정이 너무나 이해가 되기에 오히려 씁쓸함을 안긴다. 옥상 위 오열하는 현태의 엔딩 역시 같은 맛을 남긴다.

대립하는 두 주인공 현태 역의 이창훈과 현자 역의 고수희의 연기는 단연 눈에 띈다. 연습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는 이창훈은 누구보다 박수받아 마땅하다. 서울시극단과 처음 공연하는 고수희는 매몰차고 자기중심적인 캐릭터를 너무 밉지 않게, 누군가의 엄마 혹은 이웃을 떠올릴 수 있게 훌륭히 소화한다. 그 외에 출연하는 배우들 모두, 제 역할을 톡톡히 하며 웃음을 주거나 눈물을 자아낸다.

이번 작품은 김광보 연출과 장우재 작가가 11년만에 재회한 작품으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작가의 공감 가득한 대사는 물론, 대본을 그대로 구현한 듯한 무대와 연출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빌라 앞 마당과 빌라가 겹쳐 보이고, 복도와 옥상을 오르내리는 계단도 그대로 노출되면서 답답함을 줄이고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의 부제는 'Ethics(윤리) vs Morals(도덕)'이다. 장 작가는 "도덕은 사회 전체가 유지되기 위한 거라면, 윤리는 개인이 스스로 정하는 기준"이라고 전했다. 우리는 무엇에 가치를 두고 있는 건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작품이 끝나면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작품은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세종문화회관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는 누구?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3일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김 후보자는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나 마산중앙고, 동아대를 졸업해 성공회대 NGO대학원에서 정치정책학(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2025.06.23 sheep@newspim.com 김 후보자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2017년 정의당에 입당,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동본부장을 맡았다. 2021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부문 지지단체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노동광장'에 공동대표로 참여한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비례대표 20번을 받았다. 현재 한국철도공사 기관사이자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 비서실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하며 노동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인물"이라며 "산업재해 축소, 노란봉투법 개정, 주4.5일제 등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정부 관계자는 김 후보자에 대해 "합리적이다"라며 "민주노총이 그간 (사회적 대화 등) 제도권 밖에 있었다. 이를 계기로 제도권으로 들어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프로필 ▲1968년 부산 출생 ▲마산중앙고, 동아대, 성공회대 NGO대학원 정치정책학 석사 ▲정의당 노동본부장 ▲민주노총 위원장 ▲철도노조 위원장 ▲철도공사 기관사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sheep@newspim.com 2025-06-23 14:57
사진
안규백 64년 만에 문민 국방 후보자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초대 국방부 장관에 민간인 출신인 안규백(64) 더불어민주당 5선 중진 의원을 인선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안 후보자가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와 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의 대부분을 국회 국방위에서 활동했다"면서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고 64년 만에 문민 국방장관으로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안 후보자는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국방위원으로서 15년 간 의정활동을 했다. 그 누구보다 군과 국방안보를 잘 아는 인물로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명됐었다. 특히 안 후보자는 국회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위원장 중책까지 맡았다. 여야 의원들을 아우르며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당 중앙선대위 총괄특보단장 핵심 보직을 맡았다. 계엄 사태 주역인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립하면서 어수선한 군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군 전반을 개혁할 최적임자로 꼽힌다. 합리적인 성품에 남의 말을 귀담아듣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이다. 다만 상식과 원칙을 중시하며 불법적이고 정의롭지 않은 일에는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다. 아들 둘 모두 육군과 해병대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다.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이재명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으로 취임하면 1961년 현석호 장관 이후 64년 만에 군인이 아닌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 된다.  한국 정치사의 격동기를 거쳐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장군 출신들이 독식했던 국방장관을 정치 안정기에 들어 사실상 민간인 출신의 진정한 '문민 국방장관'이 나올 수 있을지 초미 관심사다. ▲전북 고창(64) ▲광주 서석고 ▲성균관대 철학과 학사·무역대학원 무역학 석사 수료 ▲18·19·20·21·22대 국회의원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간사 ▲국회 '내란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kjw8619@newspim.com 2025-06-23 14:13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