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공항공사 입장차 팽팽..공정위 조사에 국감까지 악재 겹쳐
인천공항 "추석 연휴 면세점 매출 최대"..일별 실적까지 공개
[뉴스핌=이에라 기자] 롯데면세점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임대료 조정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양측이 뚜렷하게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국정감사 시즌까지 겹치며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내주 인천공항공사 측과 임대료 조정을 놓고 협상하는 3차 만남을 갖는다.
지난달 말 부터 진행한 1·2차 협상에서는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났다. 양측이 실무진이 참여해 현 상황에 대해 얘기하고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양측의 입장차가 뚜렷하게 엇갈린다.
롯데면세점은 임대료 지급 방식을 최소보장액에서 품목별 영업료율로 조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의 품목별 영업료율은 20~35% 수준이다. 주류(위스키·브랜디)와 외국산 담배가 35%, 향수 화장품이 30%다. 주류(와인·샴페인)와 의류는 20%다.
이 같은 조정을 요청하는 배경에는 3월부터 본격화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수익성 악화다.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 관광 금지로 시내 면세점의 큰 손이던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사라졌고 매출의 40% 안팎을 임대료로 내던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에도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인청공항 면세점 운영 3년차인 2017년 9월~2018년 8월 7740억원, 4~5년차(2018년 9월~2020년 8월)에는 1조원 이상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사드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임대료를 낼 경우 올해 누적 적자는 2000억원이 넘을 것이란게 롯데면세점의 추정이다. 5년간 누적 적자는 1조4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임대료 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사업 철수하겠다는 선언도 했다.
반면 인천공항공사 측은 사드 보복 이후에도 여객 인구가 증가하고 있어 영업환경이 크게 악화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추석 연휴 이후 황금연휴 기간 동안에는 이용객수가 연휴 최다 기록을 깼고, 면세점 매출 역시 최대였다는 공식 자료를 내기도 했다.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9일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이 총 206만명으로 일평균 18만8000명을 기록했다. 일평균 기준으로는 올해 설 연휴와 작년 추석 연휴보다 각각 7.9%, 16.5% 증가했다. 면세점 매출(9월 30일~10월 7일)도 일평균 76억원으로 역대 연휴 최대 매출을 올렸다는 집계를 내놓았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 측이 연휴 기간 면세점 매출을 공개하며 역대 연휴 최대치라고 강조한 것 자체가 임대료 조정 협상에서 면세점 업계 입장과 팽팽하게 맞서는 것을 보여주는 면"이라고 언급했다.
인천공항공사 <사진=뉴시스 제공> |
최근 국정감사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조사를 진행한 점도 협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공정위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점에 현장 방문 조사를 나왔다. 과거 2기(2015년 이전) 면세점을 운영하는 이들 대기업의 담합(짬짜미)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기 사업자가 아닌 신세계면세점은 별도 조사를 받지 않은 것도 이 점을 뒷받침해주는 이유다.
지난 3월 공정위가 이들 면세점의 담합 여부를 포착했다며 1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지 약 7개월만에 또 다시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당시 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롯데디에프리테일 등 롯데 3개 계열사와 호텔신라는 전자제품 정기 할인을 하지 않기로 서로 담합한 혐의가 적발됐었다.
최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도 임대료 조정과 관련한 협의를 호소하고 나섰다. 장 대표는 2차 협상이 진행된 전날 인천공항공사가 단독 결정하기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정부가 나서달라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다만 연말 개장하는 인천공항의 제2여객터미널(T2) 면세점 오픈 시점이 이번 임대료 협상의 변수가 될 수는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015년 3기 면세점 사업자들과 1여객터미널(T1)과 계약을 맺을 당시 특약 조건으로 T2로의 여객 이전 이후 임대료 조정 논의 내용을 포함했다.
터미널을 이전한 후 T1의 항공수요가 감소할 경우 이용객수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이 사업 철수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말까지 진전없는 협상을 이어가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많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당초 이번 협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국정감사 시즌이 본격적으로 들어선데다 예상치 못한 공정위 조사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면서 "협상이 좀 더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