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채윤 기자]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장의사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평판에 민감한 연예인을 비롯해, 최근에는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가 인터넷에 올린 게시물을 검색해보기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취업준비생 등 일반인으로 이용층이 확대됐다.
이에 디지털 장의업체 수도 증가하고 관련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과거 세탁’ 등 악용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디지털 장의사가 자칫 범죄 사실 등 나쁜 과거를 세탁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장의업체의 자료에 따르면 서비스를 찾는 의뢰의 40% 이상이 과거에 올렸던 부정적 게시물에 대한 삭제 요청이다.
디지털 장의업체는 고객이 문의하면 업체가 개발한 자체 검색 엔진에 키워드를 입력해 게시물을 찾아낸다. 그 다음 기술적, 제도적으로 제한적인 부분을 감안해 삭제 가능한 범위, 예상 소요시간, 비용을 산정하고 의뢰인에게 알린다.
계약이 성사되면 의뢰인의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작업 범위를 정한 후 사이트 운영자에게 삭제를 요청하는게 기본 방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
동영상이나 사진이 포함되지 않은 단순 게시물, 사진 포함 게시물, 동영상 포함 게시물 순으로 작업 소요 시간이 길어진다.
비용은 업체마다, 데이터 양에 따라 다르다.
국내 사이트 1000개 이하 게시물은 평균 50만원으로 시작하지만 해외 사이트로 유출된 동영상을 삭제해야 하는 경우 3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30대 직장인 신모씨는 "TV프로그램에도 다뤄진 적 있는 불법적 의료 행위를 저지른 병원이 프로그램 방영 후 큰 논란을 빚다 한 순간에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며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의문이 들어 한참 찾아보았지만 관련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관련 글을 지워주는 업체의 힘을 빌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3월 서울의 한 병원이 과거 의료사고 논란과 관련해 포털 사이트의 연관 검색어를 지워달라는 요청을 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심의를 맡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이를 거부했다.
KISO 관계자는 "해당 연관 검색어는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관에서 일어난 불의의 사고와 관련돼 있으며, 공공의 이익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자기 게시물에 대한 '잊혀질 권리'를 옹호하는 의견과 악용을 우려하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오채윤 기자 (cha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