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행위정보 시정요구 작년 7325건, 2012년의 6배
삭제심의 한달 넘게 걸리고, 인력부족 수사 소극적
‘디지털 유산’ 청소업체 디지털 장의사 찾을 수밖에
기록 지우는 비용 月 200만~300만원…때아닌 호황
[뉴스핌=오채윤 기자] 20대 여성 김모씨는 어느날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몰카(몰래카메라) 영상이 인터넷에 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부모님께는 차마 알리지 못하고 주변에 소문이 날까 두려워 혼자 끙끙 앓다 결국 경찰서를 찾았다.
직접 인터넷을 뒤져 유포된 동영상을 경찰에 제출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제출한 증거 자료에 김씨의 성기를 캡처한 것이 없어 유포자들에게 음란물 유포죄를 적용할 수 없다”라는 말이었다.
[쉐어앤케어 동영상 캡처] |
이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접수된 실제 사례다.
방송통신심의위에 접수된 ‘개인 성행위 정보 시정 요구’ 건수는 2012년 1044건에서 2016년 7325건으로 6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방통위에 유포된 사이트를 신고해도 최소 한달 이상 심의가 걸리고, 경찰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디지털 장의사’를 고용하고 있다. 직접 사설업체를 고용해 영상을 삭제하고 증거 수집을 의뢰하는 것이다.
디지털 장의사는 본래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생전에 인터넷에 남긴 흔적인 ‘디지털 유산’을 청소해주는 온라인 상조회사다. 온라인 인생을 지워주기 때문에 디지털 장의사라 불린다.
하지만 본래의 창업 목적과 다르게 성관계 동영상 유출, 몰카 범죄 등으로 사생활 침해가 늘며 다른 방면에서 호황을 맞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디지털 장의업체는 2014년부터 생겨나 지난해 1월, 방송통신위원회 추천으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신규 직군으로 인정받았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관계자는 “피해자 분들 중에는 ‘디지털 장의사’를 찾아 한달에 200만~300만원 내고 (동영상 삭제)작업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30대 피해 여성 정모씨도 자신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졌다는 사실을 듣고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일주일간 동영상을 삭제하려고 노력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헤비 업로더(heaby uploader·동영상 재유포자)’에 의해 순식간에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결국 정씨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에 삭제를 의뢰했다. 정씨가 의뢰한 업체는 해외 불법사이트 일부만 빼고 다 지워준다고 답했다. 완전히 삭제되면 처리 과정과 결과를 메일로도 보내준다고 했다. 단 3일만에 검색에서 모두 사라졌다.
한 디지털 장의 업체 관계자는 “동영상과 이미지는 유출 초기라면 바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초기 대응을 잘 할 수 있는 업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오채윤 기자 (cha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