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 훨씬 유쾌해졌다. 원작보다 연극적 재미가 추가되면서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도 쉽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연극으로 재탄생 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순항 중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연출 김명환)은 다리가 불편해 외출을 거의 한 적 없는 '조제'(쿠미코)와 대학을 갓 졸업한 '츠네오'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작품. 작가 다나베 세이코의 동명 단편소설이 원작이자 2003년 이누도 잇신 감독이 동명 영화로 제작해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연극화 되면서 원작의 틀을 유지하되, 한국 정서에 맞게 적절한 각색을 더했다. 영화에서는 '츠네오'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됐다면, 연극에서는 '조제'의 시점으로 흘러간다. 최우리와 백성현, 문진아와 김찬호, 이정화와 서영주가 각각 페어를 이뤄 조제와 츠네오를 연기한다.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열연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무엇보다 조제는 다리가 불편해 높은 의자에서 바닥으로 쿵 떨어지는데, 관객들이 놀랄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는다. 원작 속 특유의 조제 말투도 잘 살린다. 페어가 정해져 있기에 각각의 조제, 츠네오의 다른 케미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또 영화 속에서 조제, 츠네오와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카나에가, 연극에서는 한국인 유학생 '윤효정'으로 바뀐다. 이를 통해 일본이 배경이지만 관객들이 훨씬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조제 뿐만 아니라 윤효정 역시 츠네오에게 의지하는 당위성이 생겨나면서, 세 사람의 얽히고 설킨 감정의 연결고리가 훨씬 공고해졌다.
작품이 무대로 옮겨지면서 3명의 배우가 1인 다역을 연기하는데, 특히 조제의 할머니 '토모코' 역과 동생 '다나카' 역을 남녀 배우 류경환, 김아영이 더블 캐스팅 된 점도 눈에 띈다. 이외에도 학교 선배, 야구 선수, 직장 상사, 동네 변태, 조폭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영화보다 코믹함을 배가시켰다. 다양한 인물과 상황을 더하며 관객들이 즐겁고 유쾌하게 극을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
또 원작만큼 큰 사랑을 받았던 OST와 극중 조제가 그린 그림일기의 이미지가 곳곳에서 활용되면서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마치 아이가 그린 듯한 서툰 그림은, 조제와 츠네오의 풋풋하면서도 안타까운 사랑을 대변하는 듯하다. 배경음악 역시 관객들을 감성에 젖어들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다만, 연극화 되면서 원작이 갖고 있던 특유의 담백함과 서정성이 약해졌다. 조제와 츠네오가 사랑에 빠졌다가 서서히 멀어지는 과정이 충분히 표현되지 않아 이들의 감정 변화가 너무 급작스럽게 느껴진다.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줄이고 두 사람에게 좀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장면 전환이 너무 잦은 점, 암전으로만 진행되는 점도 조금 아쉽다.
영화는 2003년 개봉 후 이듬해 재개봉하고 '인생영화'로 꼽힐 정도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 원작 팬들은 연극을 보고 조금 달라진 분위기에 어리둥절 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더 많은 대중에게 어필할 요소는 충분하다.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오는 10월 29일까지 CJ아지트 대학로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벨라뮤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