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맛과 향의 유혹…소맥문화 거부감도 한몫
2027년 국내 수제맥주시장 2조 전망, 대기업들도 ‘군침’
[뉴스핌=장봄이 기자] 서울 강남의 대형 수제맥줏집 '구스아일랜드 브루하우스'. 평일 오후 시간인데도 맥주를 비롯한 음료와 안주를 나르는 직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저스틴 김 매니저는 "평일에도 간단히 식사를 하면서 맥주를 마시는 손님들이 제법 찾아온다"고 말했다.
웅장한 양조설비가 눈길을 끄는 1층 홀에는 열 개가 넘는 테이블에서 맥주를 즐기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50대로 보이는 주부들부터 30대 여성들, 20대 연인 등 조합도 다양하다. 1층만 100석 규모인 이 맥줏집은 저녁 6시가 넘으면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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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구스아일랜드 매장 <사진=구스아일랜드 제공> |
지난해 12월 문을 연 구스아일랜드 브루하우스는 미국 시카고의 브루펍(Brewpub)에서 시작된 세계적 수제맥줏집 구스아일랜드의 첫 한국 매장이다. 7종의 수제맥주를 상시 만들 수 있는 양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친구들과 방문했다는 직장인 박은경(27·경기도)씨는 "수제맥주는 매장에 따라 특색이 있고 종류도 다양해 좋아한다"며 "전문점이 많아지면서 쉽게 접할 수 있어 친구들과 종종 찾는다"고 말했다.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제맥주가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수제맥주는 획일적인 레시피로 대량 생산하는 일반 맥주와 달리 종류가 많고 맛과 향이 깊어 20~40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오비맥주 변형섭 이사는 "미국에서는 수제맥주가 전체 맥주시장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라며 "국내에서도 기존 맥주의 식상함, 과도한 음주를 지양하는 문화, 다양한 펍(PUB) 문화 발달 등의 영향으로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200억 규모…"10년 내 100배 급성장"
지난해 기준 국내 수제맥주시장 규모는 200억 원대였다. 5조원 규모의 전체 맥주시장 중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다만 최근 3년 새 매년 100% 성장률을 보이며 상승세가 무섭다. 주류업계에서는 10년 후 2조원 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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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제맥주는 지난 2002년 주세법 개정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이 때 소규모 맥주 제조면허가 도입되면서 자신의 영업장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팔 수 있는 브루펍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외부 유통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수제맥주시장이 본격화된 건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다. 소규모 양조장의 외부 유통이 허용되면서 대기업과 중소 수입사, 개인 양조장 등이 수제맥주시장에 뛰어들어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은 수제맥주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4년 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를 오픈했다. 현재 전국에 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대형 양조시설을 보유한 주류 대기업들은 수제맥주 출시에 소극적인 편이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등 여론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도 군침…성지는 홍대·이태원·경리단길
올 2월부터는 정부의 규제 완화로 대형마트·편의점에서도 수제맥주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홈플러스는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인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KCB)와 손잡고 '해운대맥주'를 출시했다.
이마트는 수제맥주 스타트업 더부스(The Booth Brewing Co.)의 대표 인기제품인 '국민IPA'를 판매한다. 국민IPA는 ‘2017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크래프트에일 맥주 대상을 수상했다. 롯데마트는 미국 위스콘신 주 유명 수제맥주인 아메리칸 IPA와 아메리칸 페일에일을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다.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 관계자는 "2002년 한 곳에 불과했던 국내 소규모 양조장은 현재 70~80곳까지 늘어났다. 서울 홍대나 이태원, 경리단길 등지를 중심으로 개인 수제맥주 사업이 성장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장봄이 기자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