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그야말로 파렴치한이다. 야욕에 눈이 멀어 돈 받고 허위기사만 쓰더니 재벌 유부녀와 바람이 났다. 불륜도 사랑이라고 여자 때문에 딸 아이도 저 세상으로 보냈다. 그런데도 모든 잘못은 아내 탓이라며 이혼을 요구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재벌녀에게 버림받자 다시 아내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진다.
배우 박광현(40)이 데뷔 후 첫 악역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SBS 주말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를 통해서다. ‘언니는 살아있다’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2008), ‘왔다! 장보리’(2014), ‘내 딸, 금사월’(2015) 등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의 작품. 한날한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세 여자의 우정과 성공을 그렸다. 극중 박광현은 김은향(오윤아)의 남편이자 구세경(손여은)의 내연남 추태수를 열연 중이다.
“20년 동안 제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죠. 기회도 많이 없고요. 했던 역할이 주로 젠틀한 실장님이었잖아요. 본부장만 네 작품 연속으로 한 적도 있었죠(웃음). 근데 그러다 보니 같은 드라마를 하는 느낌이더라고요. 배우로서 재미가 없었죠. 그때 마침 이게 연결된 거예요. 시청자들에게 욕먹는 거요? 전혀 두렵지 않았어요. 와이프 역시 쿨해서 걱정 안했고요. 다만 ‘불륜남’이라 처가댁은 걱정이 됐죠. 하하. 근데 오히려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박광현은 진짜 두려웠던 건 주위의 시선이 아닌 ‘연기’였다고 덧붙였다. 지금껏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역할. 대사부터 표정, 행동까지 모든 게 낯설었다.
“안하던 거니까요. 이게 비슷한 캐릭터만 하다 보면 리액션이 일정해요. 매번 써먹던 기술을 쓰죠. 근데 이번엔 다른 걸 써야 하니까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다른 캐릭터를 모방하거나 카피하진 않았죠. 작가님이 따로 주문하신 거요? 특별히 없었어요. 첫 대본 리딩 때 조금 더 나빴으면 좋겠다고 하신 정도죠. 젠틀한 느낌이 아직 묻어있다고 더 악하게 해달라는 주문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드라마가 시작된 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먼저 반응이 온 것. 바로 그의 치아였다. 라미네이트로 윗니와 아랫니 색이 차이 나면서 본의 아니게 박광현의 치아에 관심이 쏠렸다.
“느끼는 대로 신에 몰입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라미네이트에 집중됐죠. 댓글도 전부 이빨이고 짤로 돌아다니고(웃음). 그 뒤로는 치아에 신경 쓰면서 연기하게 됐어요. 표정도 과하게 짓지 않았죠. 사실 라미네이트를 아는 원장님이 해줬거든요. 근데 계속 그 이야기가 나오니까 신경 쓰이셨는지 미백하러 오라고 전화를 했더라고요. 하하. 근데 아무리 미백해도 색깔이 거기까진 안 빠지더라고요. 그래도 괜찮아요! 어찌 됐건 화제는 됐으니까.”
다행히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치아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들었다. 시청자들은 박광현보다 추태수라는 캐릭터 자체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추태수를 향한 시청자들의 분노가 커질수록 박광현은 배우로서 더 큰 쾌감과 재미를 느꼈다.
“이거 하면서 고해성사하는 기분이죠. 이런 모습도 있었는데 안보여 드리고 감췄던 게 죄송스럽더라고요. 물론 ‘백마 탄 왕자’ 이미지를 좋아하는 일본 팬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죄송하고요. 하지만 배우로서는 더없이 좋죠.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거니까요. 사실 그래서 작년 12월부터 올 3월까지 연극도 했거든요. 앞으로도 꾸준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어요. 어떤 캐릭터가 됐든 농익은 연기를 보여드려야죠.”
드라마 종영까지 4회 남은 지금, 박광현은 틈틈이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 바쁜 촬영 스케줄을 쪼개 직접 인테리어에도 나섰다. 사랑하는 아내와 20개월 된 딸을 위한 아주 특별한 가구 만들기에도 한창이다. 휴대전화에 담긴 인증샷을 보니 실력도 꽤 수준급이다.
“우선 이번 작품 마무리하고 이사를 하려고요. 딸이 있으니까 무독성, 친환경 인테리어를 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 후에는 예능을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준비 중이죠. 또 내년 초 즈음 드라마 한 편도 계획하고 있고요. 물론 그사이에도 가구 만들기나 골프 레슨은 꾸준히 열심히 할 거고요. 당연히 가정에도 최선을 다하면서. 40대는 정말 버리는 시간 없이 살려고 해요. 제 최종 목표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거?(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