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50년물 대신 30년물 매수
증권사, 커브 전략 수정 불가피
[뉴스핌=허정인 기자] 50년만기 국고채 추가 발행이 무산되자 채권시장이 전략을 다시 세우느라 바쁘다. 50년 국고채로 새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코자 했던 보험사는 대체재를 찾아 나섰고, 30년 대차숏으로 커브 전략을 짰던 증권사들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고채 50년물을 추가로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13일에 발표했다. 내년 추가 발행 역시 불투명하다며 앞으로 50년물 발행이 사실상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보험사의 실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이를 의무적으로 인수해야 하는 국고채 전문딜러(PD)의 부담만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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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 몸값 높아진 50년 국고…매수 부담스럽다는 보험사
작년 한해 50년만기 국고채를 1조1000억원 어치 발행한 데 이어 기재부는 올해 3월에도 2190억원을 추가로 발행했다. 때문에 서울 채권시장은 50년물량이 올해에도 1조원 가까이 풀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30년물과 50년물의 수익률이 달라 붙으면서 가격 부담을 느낀 보험사가 물러섰다. 그 결과 추가 발행이 없어진 셈이다.
이상규 기재부 국채과장은 “수요가 견고하게 있었다고 판단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발행해서 도움이 된다 하면 발행하겠지만, 자산에 담을지 여부는 시장 여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수요가 약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50년물 발행을 기다리던 일부 보험사는 난처하게 됐다. 보험사 채권운용 관계자는 “과거에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매한 곳들은 초장기물 수요가 여전히 있다”며 “20년 이상 장기물을 계속 사도 듀레이션이 생각보다 안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IFRS17, 30년 스트립채로 전략 꿰한다
자산-부채 듀레이션을 맞춰야하는 보험사들은 각자 전략 찾기에 나섰다. 다른 보험사의 채권운용역은 “30년 스트립채권으로 듀레이션을 맞추는 분위기”라며 “50년물은 어차피 장내에서 거래도 활발하지 않고 장기채 수요 때문에 금리가 많이 눌렸었는데, 효과나 효율 면에선 30년 스트립이 낫다”고 말했다.
50년국고채의 듀레이션은 33년이다. 30년 스트립 채권 듀레이션은 30년이다. 때문에 50년국고를 비싼 값에 사는 것보다 듀레이션 효과가 비슷한 30년 스트립을 사는 게 효용 면에서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기재부도 이를 고려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상규 과장은 “30년 스트립 채권 비경쟁인수 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이외에 30년물 발행 확대와, 다른 연물과 30년물을 교환하는 방법도 구상 중이다”고 말했다.
◆ 국민포지션 '30년대차숏'의 행방은?
50년 추가 발행으로 일드커브 스티프닝을 예상했던 증권사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발행 무산으로 30년물로 수요가 몰리면 이자율 곡선이 평탄해질 수 있다. 30년 대차 숏으로 엮어놓은 증권사들은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증권사의 채권운용역은 “국민포지션이라 할 정도로 대부분 엮어놨는데 향후 일드커브에 대한 뷰도 엇갈리고 있어 헷갈려하는 분위기”라며 “20년 매수-30년 매도로 포지션을 구축했다면 언젠가 커브가 정상화 될 것으로 보고 급격한 숏커버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지표물인 30년만기 국고채 17-1의 발행잔액은 12조3660억원이다. 이중 대차매도 잔량은 1조4207억원(전일 기준, 코스콤)이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운용 이사는 “30년 발행이 확대될 예정이라 커브가 마냥 눕진 않을 것”이라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스트립채권을 높은 가격에 팔면 이익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손실액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