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에 명시 그러나
눈치보랴 무급 탓 사용꺼려”
[뉴스핌=황유미 기자] "'생리휴가'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거였나요? 몰랐어요."
교육 콘텐츠생산 회사에 다니는 이현아(가명·29)씨는 회사를 다니는 2년간 단 한 번도 생리휴가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사용하는 건 봤지만 자신의 회사는 없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이씨는 사용하는 선배·동료를 본 적도 없고 회사에서 안내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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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휴가'는 근로기준법 제73조에서 보장하는 제도다. 흔히 '보건휴가'로 불린다. 이 법에 따라 5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생리휴가를 월 1일 줘야한다.
그러나 여성들은 눈치 보느라 혹은 무급휴가라는 점 때문에 선뜻 생리휴가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지난 13일 발표한 '여성 알바생 대상 생리휴가 사용점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알바생 96%가 "근로기간 중에 생리휴가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사용해본 적이 있는 알바생은 전체의 3.7%에 불과했다.
생리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주변에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서'(37.9%), '말하기 꺼내기 어려워서'(18.5%),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서'(6.6%) 등이 꼽혔다.
무급휴가임에도 불구하고 생리휴가를 쓰는 게 자유롭지 않은 조직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에는 특정 부처 350여명의 여성공무원들이 3년간 생리휴가를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방송국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하모(34)씨 역시 과거 정부부처 산하 한 특별법인에서 근무했을 당시 생리휴가를 사용하는 데 일정 제약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씨는 "그 회사에 다닐 때 '생리휴가'를 사용할 수는 있었다"며 "다만, 상사가 말하기를 '회사 내에서 누가 (휴가를) 얼마나 썼는지는 체크해서 인사고과에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생리휴가 사용이 승진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회사 분위기는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생리통이 심한 여성들에게는 심각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회계 사무직 2년차인 정모(여·28)씨는 "원래 생리통이 심해 토하는 경우가 있어 학생일 때는 학교를 결석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데 회사에는 남자분들도 많고 '또 쉬냐'는 식으로 눈치가 보여 (생리) 휴가 쓰기가 어렵다"고 대답했다. 이어 "진통제를 먹고 참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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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급이기 때문에 애초에 회사에서 휴가를 없는 셈 치는 경우도 있다.
지방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여·31)씨는 "우리 회사는 생리휴가가 따로 없다"며 "어차피 하루 쓰면 1일 일당이 빠지는 거라 다들 안 쓰는 걸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물론 생리휴가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다. 여성의 건강과 '생리→임신→출산'으로 이어지는 사회의 재생산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원래 취지와 다르게 이용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무급이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임금부담을 낮추거나 고용을 거부하는 이유로도 작용할 수 있어 여성차별을 조장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생리휴가는 보장돼야 한다고 말한다. 휴식이 자유롭지 않은 근로문화상 여성의 기본권인 건강권을 챙겨야하기 때문이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생리휴가'에 대한 여러 비판 중 하나는 선진국에서는 생리휴가 제도가 없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에는 근로자가 몸이 불편할 때 언제든 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의 경우에는 쉽게 연차, 병가를 쓸 수 없는 조직 문화이기 때문에 여성에게 생리휴가를 보장하려는 노력이 한 번 더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국가는 기본적으로 '모성보호' 책임이 있는데, '생리휴가'라는 문제 역시 역시 그 맥락으로 읽어야한다"며 "생리통이 너무 심각해서 생활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는 등 이는 여성의 건강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보장돼야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지금처럼 출산을 장려하는 문화에서는 (생리휴가는) 더욱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