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에 기존 판로마저 끊기는 농가도 나와
산지가격 38% 하락.."말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뉴스핌=전지현 기자] 살충제 계란 사태 한 달. 계란 포비아(공포증)로 소비가 줄면서 1239개 농가에서 출하되지 못하는 계란이 매일 수백개씩 쌓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전수조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 판로 자체가 끊기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정부가 지난 15일 한 산란계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 검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한국계란유통협회 관계자는 14일 "농가에서는 요즘에 판로가 없어 판매도 못한다고들 한다"며 "기존 팔리던 판로도 많이 막혔다는 소리도 들린다"며 현재 계란 생산 농가 현황을 전했다.
이어 "적합판정을 받은 계란도 소비자들이 못믿으니..."라며 "판매는 커녕 반품된 계란을 폐기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 역시 "일주일동안 출하하지 못한 농가도 있으나 둘 곳이 없어 자체폐기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소비감소로 가격도 급락한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현재 계란 소매가격(특란, 10개)은 1864원으로, 한 달 전 2480원에 비해 무려 24.8% 하락했다.
산지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추락중이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계란 산지 출하가격은 10개 단위 기준으로 살충제 계란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달 14일 1690원(대란)에서 같은 달 30일 1050원으로 약 38% 떨어졌다.
특히, 대구와 광주 지역 산지에서의 가격은 1660원에서 970원으로 하락하며 개당 100원 이하까지 떨어진 상태다. 양계협회는 9월 이후 산지 계란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농식품부는 7일 기준 사태 발생 전 대비 계란값이 32% 하락했다고 전했다. 출하량 역시 살충제 달걀 파동 직후 이전 대비 10% 수준으로 줄었다 현재는 60% 정도 수준까지 회복된 상태다.
대부분의 농가들은 이같은 어려운 상황을 외부에 알리는 것조차 꺼려하는 분위기다. 한 달 동안 계란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쏟아지며 농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경기도 지역의 A 채란지부 관계자는 "기사가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데 취재에 협조했다 부정적인 목소리만 담길 수 있지 않겠는가. 취재에 응하는 것도 싫다"면서도 "여러 정부기관에서 찾아와 귀찮게 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B 채란지부 관계자는 "농가 현황을 여쭤보기 죄송한 상황"이라고 했고, 대구 지역 C채란지부 관계자 역시 "(농가의 어려움에 대해)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소비가 잘 안되니 모든 농가가 힘든 상황이다. 계란이 많이 쌓여 있다고들 한다"고 답했다.
충청도 D양계협회 관계자는 "농장별로 조건이 다르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폐업하는 농장은 없다"만 짧게 말했다.
계란복지농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복지농장은 방목된 닭들은 농장 곳곳에서 계란을 낳아 살충제계란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계란안전성 강화를 위해 외부인의 철처한 통제를 가하는 분위기다.
풀무원 관계자는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방역을 강화해 관련 사업부서 담당자들도 농가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국내 계란 농가는 1239곳이며, 정부의 전수조사결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는 4.4%인 55곳이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