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뮤지컬 '틱틱붐'이 세 배우의 열정을 갈아넣은 완벽한 3인극으로 전세대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불안한 미래에 초조한 청춘. '틱틱붐'은 강박적으로 들리는 시계 초침 소리와 폭발음을 형상화한 제목이다. 극작가 조나단 라슨의 유작으로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젊은이의 꿈과 이상, 열정을 자극한다. 소규모 뮤지컬인 만큼 여러 한계는 있지만 오로지 극을 이끌고 가는 3인의 배우에게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 오롯이 이석준, 정연, 오종혁 세 배우의 힘으로
'틱틱붐'은 3인극이다. 극중 각자가 맡은 존, 마이클, 수잔 외에도 스쳐 지나가는 많은 배역이 등장한다. 이석준과 오종혁, 정연은 의상 한 번 갈아입지 않은 채 그 모든 배역을 맛깔나게 소화한다. 아무리 큰 무대에서 좋은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하는 배우라 해도, 이같은 1인 다역을 완벽히 해내긴 쉽지 않다. 세 배우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보잘것없는(?) '틱틱붐'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석준은 매번 반복되는 존의 대사에 약간의 위트를 섞어 애드립으로 소화하면서 객석과 거리감을 더 좁혔다. 오종혁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마이클, 존의 아버지, 에이전트 담당 여성을 거치며 점점 더 빛이 났다. 정연은 뉴캐스트임에도 배해선의 수잔에 버금가는 몰입감을 보여줬다. 극중 존이 작곡한 뮤지컬 넘버를 정연이 열창하는 장면은 '틱틱붐' 최고의 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한 가지 '틱틱붐'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관객들이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뮤지컬 넘버임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거의 모든 대사를 넘버로 연결시키고, 집중력있는 무대로 인물의 감정을 빠르게 객석으로 전달한다. 좁은 공연장, 한정된 연기자루 구성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석준, 정연, 오종혁은 매 순간, 스스로를 불태워 '틱틱붐'을 빚어낸 셈이다.
◆ 아쉽게도, 순간의 강렬함과 대비되는 나약한 메시지
'틱틱붐'이 아쉬운 이유는 다름아닌 뻔한 스토리와 빈약한 메시지다. 관객은 미래를 불안해하는 예술가 존에게 표면적으로 쉽게 공감할 수 있지만, 문제가 해결되는 방식을 납득하기는 어렵다. 뮤지컬은 뮤지컬이고, 우연과 행운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 사이 당연히 비극도 한 두어개 끼어 있다.
무엇보다 존을 불안하게 하는 건 29살에서 30살이 되는데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는 다소 황당한 이유다. 시대가 변한 탓에 아마도 관객들은 "겨우 저런 이유로?"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존이 여자친구 수잔, 마이클과 위기와 갈등을 겪는 방식도 여느 친구, 연인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배려가 부족한 느낌이다. 누구라도 무릎을 탁 치며 '그래, 정말 저렇지'라고 납득할 만한, 탄탄하게 짜인 스토리는 온데간데없다는 얘기다.
존이 결국 워크샵에 뮤지컬을 올리게 되고, 원하는 제작자와 연결되는 과정도 어쩐지 '그냥, 어쩌다, 운 좋게' 해결된다. 물론 존이 20대를 다 바쳐 노력했다는 전제가 있겠으나, 노력한 누구라도 존처럼 성공을 맛보는 것은 아니다.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섣불리 조언하는 흔한 자기계발서의 메시지와 다시 마주하는 듯 하다.
그럼에도 오직 하나, 배우들은 남는다. 별다른 메시지 없이, 뮤지컬을 위한 뮤지컬일 수 있는 작품이나, 3인극을 이끌어가는 세 배우의 열정 하나로 모든 것은 완성된다. 특히나 배해선을 비롯해 직접 참여하는 배우들이 "가슴 속에 불길이 꺼져가다가도 다시 살아나게 하는 작품"이라고 평한 만큼 무대 하나 하나의 완성도를 기대해도 좋다.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 정연, 성기윤, 조순창, 오종혁, 문성일이 출연하며 오는 10월 15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아이엠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