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작 의혹 꾸준히 나와…잠재적 리스크 요인 지적도
[뉴스핌=강필성 기자] 최근 24시간 동안 전 세계에서 거래된 가상화폐 리플코인 5억4600만개 중 3억5800만개가 한국에서 거래됐다. 66.03%에 달한다. 미국에서 개발되고 일본 금융권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받았지만 실제 거래는 한국에서 2/3 가량 이뤄진다. 한국 거래 비중이 높을 때는 70%를 넘어가기도 한다.
리플 뿐만이 아니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3위의 비트코인캐시 역시 한국의 거래 비중이 40.02%에 달한다. 최근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모네로 역시 한국 거래 비중은 42.51%이고, 퀀텀은 한국 거래 비중이 73.99%다.
그나마 시가총액 1, 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한국 거래 비중은 5.68%, 24.66% 정도다. 물론 적은 비중이 아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전세계 비트코인 거래소 중 7위, 이더리움 거래소 중 1위에 각각 올랐다.
가상화폐가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국적 없는 화폐임을 감안할 때, 한국의 이런 비중은 이례적이다.
문제는 이 가상화폐 시장이 법의 사각지대라는 점이다. 가상화폐는 주식시장과 유사한 형태로 거래된다. 하지만 금융거래로 인정되지 않다보니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주가조작은 처벌받지만 가상화폐의 시세조작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특정인들이 서로 짜고 거래 하면서 시세를 올리는 ‘통정매매’ 는 주식시장에서는 단번에 금융당국에 적발되지만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가능한 거래수단이다. 자신이 주문을 내고 자신이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세를 움직이는 ‘자전매매’는 물론 높은 가격으로 사거나 낮은 가격으로 팔겠다는 주문을 지속적으로 내서 시세를 움직이는 ‘고가주문, 저가주문’도 불법이 아니다.
1억원으로 특정 가상화폐를 저가에 산 뒤, 시가보다 10% 높은 가격에 100번만 통정거래를 한다면 단숨에 110억원의 거래가 잡히는 식이다.
그야말로 법도 규제도 없는 ‘욕망의 늪’이다. 국내 거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리플 등 가상화폐는 이런 꾼들의 놀이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일부 가상화폐에 시세조작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가상화폐 사업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가상화폐 시장에 과도하게 사람들이 몰리면서 이상 과열 현상이 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배경에는 투자금 대비 몇배씩 수익을 올린 최근 몇 년 간의 사례가 신화처럼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500만원 선을 오가는 비트코인 가격은 작년 10월만 하더라도 60만원대에 불과했다. 이더리움의 가격도 작년 10월 1만원대에서 최근 30만원 중반대를 형성 중이다.
때문에 세계에서도 유독 높아진 국내의 높은 가상화폐 거래규모가 향후에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가상화폐 관련 사업체 관계자는 “세계에서 다양한 보고서로 가상화폐의 가치를 전망하지만 수익활동이 있는 기업과 달리 정확한 근거나 기준을 찾기 힘들다”며 “결국 가상화폐의 가치와 가능성을 보고 판단해야 하지만 최근 중국 규제에 따른 폭락에서 볼 수 있듯 변수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