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다시 긴축 신호 제시할까 주목
9월은 변수 많고 조정 잦은 특징 있어
[뉴스핌=김성수 기자] 역사적으로 뉴욕 증시가 약세를 보인 적인 많은 9월이 시작됐지만 첫날 거래는 역설적으로 큰 자연 재해인 허리케인 하비 덕분에 올랐다. 하비의 피해 때문에 미국 정부 셧다운 가능성이 낮아지고 의회 분쟁도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9월은 변수가 많은 달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약 2/3 이상은 하락했지만 앞서 1년 동안 주식이 하락한 경우와 상승한 경우는 각각의 방향을 따라가는 등 다른 추세를 보였다.
본격적인 9월 거래 개시는 4일 대체휴일인 미국 노동절이 지나야 개시되는데, 투자자들은 워싱턴 정가의 동향,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정책위원들의 연설 등에 주목할 전망이다.
오는 5일 열리는 미국 의회는 이달 말까지 부채한도 증액 마감시한을 앞두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한 증액 문제와 관련한 셧다운(잠정폐쇄) 가능성은 계속 증시에 부담이 되는 요소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미국은 지난 2011년 부채한도 상향조정에 의회가 합의하지 못하면서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15% 이상 급락한 바 있다.
허리케인 하비의 텍사스주 강타 이후 피해를 복구하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으로 인해 연방정부 폐쇄 가능성은 2주 전의 50%에서 현재 35%로 감소했으나, 아직은 폐쇄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지표 중에는 6일 공개되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경기평가 보고서인 베이지북이 있다. 베이지북은 통상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2주 전 공개되며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연준은 오는 19~20일 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연준은 올해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하고 한 차례 더 추가 인상을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물가 상승률 부진이 금리 인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베이지북을 통해서도 연준이 경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부에서는 오는 7일 ECB 통화정책회의가 주요 이벤트다. ECB가 이번 회의에서 자산매입 프로그램 축소 계획에 대해 언급할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유로존 경제가 점차 회복세를 보여 ECB가 현재의 채권매입을 점차 줄여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다만 최근의 유로화 강세는 ECB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올 들어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0% 넘게 상승했다. ECB가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경우 유로화 값은 이보다 더 오를 수 있다.
지난주 미국 텍사스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하비'로 텍사스 지역의 원유 정제소가 문을 닫아 원유 수요가 감소할 전망인 데다 텍사스 지역 경제가 충격을 받으면서 미국 경제 전반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한편 지난주 뉴욕 증시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주보다 0.8% 상승한 2만1987.56포인트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37% 오른 2476.55포인트에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71% 높아진 6435.33포인트에 마쳤다.
◆ 불길한 9월과 미국 증시 급락 가능성
9월은 과거 통계상 다우지수가 월간으로 하락한 경우가 2/3에 육박한다. 지난 50년간 다우지수는 9월에 평균 0.85% 하락했다.
하지만 1983년 이후 S&P500 지수의 흐름을 보면 9월이 개시될 때 증시가 하락세를 보인 경우에는 지수가 평균 2.6% 하락한 것과 달리, 증시가 상승세를 보일 때에는 소폭이긴 해도 평균적으로 상승했다. 올해 지수는 10% 이상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월가 유력 금융지 배런스 최신호(2일 자)는 미국 S&P500 지수가 금융 위기 발생 후 2009년 3월9일 바닥에서 현재까지 256% 상승해 시장 고점에서나 보이는 과도한 밸류에이션 상황이라는 점과 중앙은행의 금리 정상화 위험이라는 중요한 조정 위험요인에 직면해있지만, 어떤 경우이든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시장이 급락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분석했다.
잡지는 당장 시장의 급락을 유발할 경기 침체가 임박한 징후는 없다면서, 혹시라도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로 ▲연준의 과도한 긴축 ▲인플레이션 ▲중국 경제 붕괴 ▲반독점 당국의 FANG 규제로 인한 IT주 급락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QE) 종료 ▲지정학적 위기 ▲미 정치 위기 등을 제시했다. 각각의 요인을 검토한 결과 뚜렷한 위험이라기 보다는 잠재적인 위험이거나 예상치 못한 시장 반응 정도의 위험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장의 구조가 패시브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의 비중이 20%를 넘는 상황에 온 것은 조정이 발생할 때 진폭을 넓일 수 있는 요인이며, 인공지능 로봇이나 자동프로그램 매매가 넓게 활용되고 있는 점도 시장의 변화가 예기지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추가된다.
ETF 비중이 높을 때 투자자들은 같은 종목을 동시에 매도하게 될 수 있고, 과거 1987년 주가 순간 폭락(flash crash)가 프로그램 매매가 확대된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보험이 증가한 데 따라 발생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포트폴리오 보험은 투자 손실을 제한하기 위해 시장이 하락할 때 자동적으로 급격한 매도 주문이 증가하도록 만들어진 구조를 가지고 있다.
◆ 이번 주 주요 경제지표 및 연설
4일에는 '노동절'로 금융시장이 휴장한다.
5일에는 7월 공장재수주와 ISM 뉴욕지수가 공개되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가 연설한다.
6일에는 7월 무역수지, 8월 마킷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8월 공급관리협회(ISM) 비제조업 PMI, 연준 베이지북, 미국석유협회(API) 주간 원유재고가 발표된다.
7일에는 2분기 생산성·단위노동비용(수정치)과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자수,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원유재고가 나온다. 또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가 연설한다.
8일에는 7월 도매재고와 7월 소비자신용이 공개되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가 연설한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