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선물 연내 추가 금리인상 기대 '뚝'
ECB 유로 상승 딜레마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 정상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시점이 성큼 다가온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 회의론이 번지고 있어 주목된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및 추가 금리인상과 ECB의 자산 매입 축소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 <사진=신화/뉴시스> |
중앙은행의 행보를 둘러싼 시장 전망은 외환시장과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어 정책자들의 ‘입’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14일(현지시각)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미국 국채시장은 연준이 올해 말까지 한 차례의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36%로 점치고 있다.
이는 지난달 54%에서 가파르게 떨어진 수치다. 연준 정책자들은 올해 세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지만 시장의 기대가 한풀 꺾인 셈이다.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영, 정책 금리의 등락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2년물 국채 수익률이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7월 초 1.4% 선에서 거래됐던 2년물 수익률은 최근 1.29%로 밀렸다.
7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연율 기준 1.7% 오르면서 정책 목표치인 2.0%에 못 미친 데 따라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회의론이 번진 것으로 판단된다.
일부에서는 4조5000억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긴축에 속도를 내야 할 근거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교착 국면에 빠진 만큼 강한 인플레이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회의론은 ECB에 대해서도 고개를 들었다.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입 물가를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을 압박하는 데다 수출을 포함한 실물경기가 둔화, 정책자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유로화는 연초 이후 달러화에 대해 12% 가량 뛰었다. 유로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금융업계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독일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1.7%에서 1.6%로 내렸다.
6월 유로존 산업생산이 전월에 비해 0.6% 감소, 4개월만에 증가 추이가 꺾인 것도 유로화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도 유로화 상승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환율에 대해 지극히 말을 아끼는 그는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로화 움직임이 다양한 각도로 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TS롬바드의 켄 워트렛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ECB 정책자들은 유로화의 추가 상승을 원치 않는다”며 “시장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환율을 통제하는 복안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픽테트 애셋 매니지먼트의 프레드릭 듀크로제트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유로화 상승이 ECB 정책자들과 시장의 소통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며 “ECB의 자산 매입 축소에 대한 입장은 9월 이후에나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9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ECB가 내년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