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찬미 기자] 올해 들어 국내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해외건설 수주에 나서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어드는 것을 비롯해 건설투자까지 위축되면 업계 수익성 보전을 꾀하고 있는 것.
건설사들은 지난 2010년대 초반 저가수주로 해외수주 '학원비'를 톡톡히 지불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젠 규모가 아닌 수익성을 중점으로 한 해외 전략을 내놓고 있다.
다만 여전히 아시아권과 중동권에 계약이 집중되고 있어 지역편중 리스크(위험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올들어 이달 30일까지 수주한 해외 공사금액은 190억달러(한화 21조4225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늘었다.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 가운데 중동지역 비중이 48%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저유가 이어지자 중동국가들이 저유가에 대한 위기감이 줄어든 것이 이유로 꼽힌다. 아시아지역 수주도 소폭 상승했다. 계약건수는 아시아권에서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태평양·북미 국가들은 계약건수와 계약금 비중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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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9일 베트남에서 2억3824만달러(한화 2684억원)의 공장건설공사를 추가 수주했다.
포스코건설도 지난 28일 베트남에서 897만8000달러(한화 101억2269만원) 규모의 유니벤 식품공장 신축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 건설은 지난 25일에도 인도네시아에서 약 1448억6120만원 규모의 콘도 및 오피스 신축공사를 체결했고 태국에서는 약 286억1595만원 규모의 터미널 증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SK건설은 태국에서 총 공사비 약 2300억원 규모 폴리올 플랜트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STX마린은 필리핀에서 약 1448억7134만원 규모 말라야 화력발전소 운영관리 계약을 체결했다.
쌍용건설은 지난 21일 아랍에미리트에서 약 709억9867만원 규모 아틀란티스 직원 숙소 공사를 따냈다.
이같은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확대는 앞으로 좀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3~4년간 활황기였던 주택시장이 꺾이고 있어서다. 여기에다 정부의 SOC 예산이 줄어 공공공사도 예전만큼 일감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돼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올 상반기 해외수주는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은데 대한 기저효과도 있다"면서 "국내 SOC가 막힌 만큼 하반기 해외건설 수주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아시아와 중동국가에 편중된 사업추진으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유가하락으로 중동 국가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데다 동남아 국가도 금융조달 계획 수립을 요구해 개발을 할 때 투자 노하우를 비롯한 종합적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해외수주의 수익성 확보도 최대 쟁점 중 하나다. 지난 2010년대 초반 연이은 저가수주로 인해 원가 상승은 대형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은 바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 건수는 마음만 먹으면 늘릴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수익성 확보"라면서 "저가수주를 해서라도 건수를 늘리려는 게 예전 업계의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양질의 수주를 늘리는 게 업계에 주어진 숙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단순 시공과 설계만 담당하는 도급사업 중심의 수주를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도급중심의 사업수주는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면서 "지난해 해외수주액 282억 달러 중 99.7%가 도급방식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오찬미 기자 (ohnew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