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불확실성에 '꼬리 리스크' 경계감 고조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 투자자들이 리스크 헤지를 대폭 확대하고 나서 주목된다. 샬러츠빌 사태 이후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크게 고조된 데 따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5일(현지시각)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집계하는 스큐(SKEW) 지수가 최근 148.62까지 뛰었다. 이는 지난 3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 154.34에 바짝 근접한 수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
스큐 지수는 소위 ‘꼬리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나타낸다. 꼬리 리스크는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낮지만 현실화될 경우 금융시장에 강력한 충격을 주는 사태에 대한 위험을 의미한다.
가령, 지난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꼬리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진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관하지 않다.
샬러츠빌 사태와 관련해 백인 우월주의를 사실상 묵인하는 발언으로 백악관과 공화당 측근들마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데다 그가 자신의 오른팔로 통하던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경질하면서 행정부 내분이 크게 부각됐다.
탄핵설이 재점화된 가운데 날로 고립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스큐 지수는 S&P500 지수의 외가격(out-of-the money) 옵션 가격을 반영하는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주가 급락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헤지 수요가 높다는 의미다.
정치권 리스크가 수 십 차례에 걸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뉴욕증시를 패닉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수치를 통해 확인된 셈이다.
매크로 리스크 어드바이저스의 프라비트 친타웡바니크 파생상품 전략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꼬리 리스크’를 헤지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거래량이 상당 규모에 이르고, 대규모 트레이드도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증시가 최근 3주 연속 하락했지만 S&P500 지수는 연초 이후 9%를 웃도는 상승률을 지켜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상 최고치와 거리가 2%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화려한 기록 이면의 투자 심리는 날로 냉각되는 실정이다. QS 인베스터스의 제임스 노먼 대표는 FT와 인터뷰에서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확연하게 떨어졌다”며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정치권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뉴욕증시는 9월 높은 변동성을 나타낸다. 여름 휴가를 떠났던 트레이더들이 복귀하면서 거래량과 함께 주가 등락이 동반 확대되게 마련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9월 변동성이 더욱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정부 셧다운’ 으름장을 놓은 가운데 부채 한도 상향 조정에 대한 의회의 결정이 예정돼 있고, 연방준비제도(Fed)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공식적으로 발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뉴욕증시의 펀드플로 역시 얼어 붙은 투자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EPFR에따르면 지난주 미국 주식펀드에서 26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미국 주식펀드는 10주 연속 ‘팔자’를 기록했고, 6월 중순 이후 자금 유출 규모는 총 300억달러에 달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