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 민간기관이 인증 대행…현장심사 신뢰도 저하
정부는 사후 감독만…위반행위 연간 16.6건 '구멍'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허점이 있는 친환경 인증과 산란계 농가의 도덕적 해이, 정부의 느슨한 관리.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드러난 친환경 인증 제도의 민낯이다. 그동안 눌러왔던 문제가 이번에 터졌다. 현장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한국친환경인증기관협회(인증기관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정부 감독 아래 민간 인증 기관 60곳이 축산물 농가를 상대로 친환경성을 평가한다.
◆ 전국 1456개 농장 중 절반이 '친환경 농장'…사후관리는 '허술'
친환경 인증 업무는 농관원이 맡는다. 하지만 모든 현장에 나갈 수 없기에 민간기관에 이를 맡겼다. 민간기관은 서류 검토, 현장 심사, 시료 채취 및 분석, 보고서 작성 및 별도 회의를 거쳐 친환경 인증여부를 결정한다.
17일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반곡리 한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들이 폐기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런 평가를 거친 친환경 달걀은 무항생제 계란과 유기축산 계란으로 구분된다. 무항생제 계란은 항생제를 안 쓴 사료를 먹은 닭이 낳은 달걀이다. 전국 765개 농장에서 생산한다. 유기축산 계란은 농약과 화학 비료를 쓰지 않은 사료로 키운 닭이 낳은 달걀로 전국 15개 농장에서 만든다. 전국 산란계 농가 1456곳 중 절반에 해당하는 780개가 친환경 농장인 셈이다.
얼핏 보면 친환경 인증 절차에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허점이 있다. 제일 중요한 현장 심사가 부실하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증기관협회와 민간기관 얘기를 종합하면 민간기관 소속 심사원 1명이 현장 심사를 나간다. 하루에 여러 농장을 방문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심사가 요식행위로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이다.
한 인증 기관 관계자는 "보통 심사원 1명이 조사를 나가고 여러 농장을 방문할 때는 2명이 간다"며 "친환경 인증 고시 기준을 충족했는지를 주로 본다"고 설명했다.
◆ 정부 뒷북 감독·봐주기 행정처분 급급…업계, 도적적 해이 팽배
부실한 친환경 인증은 끊임없이 논란이 됐다. 친환경 인증 위반으로 농관원이 내리는 행정 처분은 1년에 평균 16.6건에 달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장 심사가 부실하다 보니 농장주는 심사 당일만 넘기면 된다는 유혹에 빠진다. 친환경 인증을 받으면 달걀 1개당 1~10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정부는 친환경 계란 지원에 약 22억원을 썼다.
친환경인증기관협회 관계자는 "친환경 인증 유효 기간은 1년으로 농장은 1년마다 현장 심사를 받아야 한다"며 "우리(인증기관)도 점검을 나가고 농관원도 불시 점검을 나가지만 농가 입장에선 그때만 피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사후 관리·감독도 느슨했다. 농관원에 따르면 농장 100개당 36곳만 현장 점검한다. 나머지 농장은 이번 살충제 파동과 같은 일이 터져야 점검한다.
살충제 계란 파동은 확산일로다. 양계 농가를 전수조사 중인 농림부는 이날 오전 5시 기준으로 29개 농가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