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택시운전사’에는 네 명의 주연 배우가 있다. 만섭 역의 송강호를 비롯해 피터 역의 토마스 크레취만, 황기사 역의 유해진, 재식 역의 류준열까지. 이들은 영화의 중심에 서서 이야기를 힘있게 끌고 나간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택시운전사’를 빛낸 얼굴들이 있다. 관객들을 울고, 또 웃게 하며 최고의 순간을 선사해준 숨은 히어로를 짚어봤다.
◆최고의 1분을 만들다…박중사役 엄태구
엄태구는 광주의 샛길을 지키는 군인 박중사 역할을 맡았다. 극중 박중사는 외국인을 태운 택시는 무조건 잡으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는다. 그리고 때마침 광주를 빠져나가는 만섭과 피터를 발견한다. 이들을 불러 세운 박중사는 곧바로 트렁크를 연다. 그가 트렁크 안에서 발견한 건 서울 택시 번호판. 하지만 모든 것이 수포가 되려는 순간 박중사는 “보내”라며 트렁크를 닫아버린다.
실화로 알려진 이 장면은 개봉 후 ‘택시운전사’의 명장면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엄태구 특유의 묵직한 저음과 강렬한 눈빛은 관객들의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극적 재미를 더했다. 실제 엄태구는 이 시퀀스 하나로 ‘택시운전사’의 모든 장면을 압도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진짜 기자 정신을 말하다…최기자役 박혁권
박혁권이 연기한 최기자는 어떤 순간에도 현장을 지키며 기자로서 소신과 도리를 지키려는 인물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할 뿐. 시민의 반응은 차갑고 계엄군의 만행을 담은 기사를 써 인쇄했지만, 간부들이 들이닥쳐 윤전기를 꺼버린다. 그러나 최기자는 끝까지 움직인다. 그는 광주의 진실이 세상 밖으로 알려질 수 있도록 만섭과 피터를 돕는다.
최근 코믹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갔던 박혁권의 색다른 면모다. 왜곡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홀로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향하는 박혁권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박혁권은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굳은 의지가 돋보이는 최기자를 객관적이면서도 담담하게 풀어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숨겨졌던 언론을 대변하다…이기자役 정진영
극중 이기자는 한국의 심상찮은 상황을 듣고 신분을 감춘 채 입국한 피터에게 광주의 실상을 알려준다. 그는 혼자 광주에 가겠다는 위르겐 힌츠페터를 걱정하며 당부의 말을 전하고, 택시를 불러주는 역할을 한다. 즉, 피터와 만섭의 만남을 성사시키는 인물이다.
‘강남 1970’ ‘국제시장’ ‘판도라’ 등 다양한 장르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한 정진영은 이번에도 깊이 있는 연기로 극의 무게감을 더했다. 특히 삼엄한 언론 통제 하에서도 최선을 다해 그를 도와주려고 하는 이기자의 행동은 당시 알려지지 않았던 언론인들의 모습을 대변하며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부들부들 ‘분노유발자’…사복조장役 최귀화
‘택시운전사’의 악역이다. 최귀화가 연기한 사복조장은 광주 시위 현장을 취재하는 피터와 만섭을 발견한 후 상부에 보고한다. 그는 진실이 광주 밖으로 나가는 걸 막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피터와 만섭을 뒤쫓는다. 그 과정에서 재식을 잡게 되고 사정없이 내리친다.
그간 ‘곡성’ ‘부산행’ ‘더킹’ 등 굵직굵직한 작품들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답다. 최귀화는 권력에 눈이 멀어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잡아들이는 사복조장의 모습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표현, 긴장감을 선사했다. 물론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등장, 만섭과 피터를 쫓는 탓에 ‘택시운전사’의 분노유발자로도 꼽히지만.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