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택시운전사’가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이로써 송강호는 트리플 ‘천만 배우’에 등극, 충무로에서 제 자리를 확고히 했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택시운전사’는 이날 오전 8시까지 누적관객수 1006만8708명을 기록하며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첫 ‘천만 영화’다.
‘택시운전사’가 10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던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영화는 진중하면서도 사려 깊은 연출과 깊은 여운을 남기는 스토리, 묵직한 메시지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단 하나의 이유를 꼽으라면 그건 만섭을 열연한 송강호다.
만섭은 어린 딸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택시운전사다. 통금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밀린 월세를 해결할 10만 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무작정 광주로 향한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광주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린다. 집에 두고 온 딸 생각에 몇 번이고 차를 돌리지만, 결국 그의 택시는 광주로 향한다.
송강호는 그렇게 갈등하고 변화하는 만섭의 심리 상태부터 뭉클한 부성애까지 오점 없이 완벽하게 담아냈다. “광주, 돈 워리. 돈 워리. 아이 베스트 드라이버”를 외치던 미소, 결국 딸에게 전화를 걸어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라고 말하는 울먹임은 관객의 감성을 수없이 건드린다. 송강호의 힘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송강호는 충무로 첫 ‘1억’ 주연 배우다. 지난 1996년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한 후 지난해 9월 개봉한 ‘밀정’까지, 그의 영화를 본 관객이 1억 명을 넘는다. 송강호의 티켓 파워를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송강호라는 이름 석 자에는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간 스크린 속 송강호는 평범한 소시민을 대변하며 세상의 상식을 이야기했다. 가깝게는 이번 ‘택시운전사’와 ‘변호인’(2013)이 그랬고 조금 멀게는 ‘괴물’(2003) ‘효자동 이발사’(2004) 등이 그랬다. 스스로는 특별한 의도가 없다지만, 그의 작품은 언제나 시대를 관통하고 아픔을 어루만졌다. 역사극이라고 예외는 없다. 약간의 변주가 있을 뿐 언제나 궤를 같이했다. 말하자면 송강호에게는, 그리고 그의 영화에는 그 너머의 것을 생각하게 하는, 그리하여 세상을 마주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물론 그가 진짜 매력적인 배우인 건 한곳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크게 흥한 작품들에 가려졌을 뿐 송강호의 우스꽝스러운 얼굴, 또 건조하고 차가운 얼굴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는 앞서 ‘넘버3’(1997), ‘조용한가족’(1998), ‘반칙왕’(2000)에서 코미디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고, ‘복수는 나의 것’(2002), ‘밀양’(2007), ‘박쥐’(2009) 등을 통해 ‘송강호 연기의 정형화’라는 평가를 반박했다.
그리고 근현대사의 얼굴이 된 지금, 그는 다시 한번 변신을 꾀하고 있다. 차기작 우민호 감독의 ‘마약왕’을 통해서다. 극중 1970년대 마약 유통사건의 배후이자 마약계의 최고 권력자 이두삼 역을 맡았다. “그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귀띔한 송강호의 또 다른 얼굴을 기대해본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