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풋백옵션 부담 외 일반·기술특례 수요 '충분'
테슬라 요건 받아들일 시간과 경험 필요 "시장에 맡겨"
[편집자] 이 기사는 8월 14일 오후 2시10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조인영 기자] 올해부터 적자기업도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는 '테슬라 요건'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흥행 조짐이 보이질 않고 있다. 한국형 테슬라 1호 기업으로 카페24가 거론되기만할 뿐 아직 2호, 3호 소식도 없다.
관련업계에선 한국형 테슬라 인기가 시들한 이유로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거론한다. 테슬라 요건으로 기업이 상장하면 주관사는 3개월간 풋백옵션을 부여받는데, 해당기업 주가가 공모가보다 10% 이상 떨어지면 주관사가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물량을 되사줘야(풋백) 하는 구조다.
상장주관사를 비롯해 올해부터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는 벤처캐피탈(VC)업계는 풋백옵션 리스크가 부담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증권사와 정부, 관련업계의 속내를 들어보면 풋백옵션이 테슬라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고만 보긴 어려운 정황들이 있다. 제도의 문제라기보단 '시장이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먼저, 증권사가 말하는 풋백옵션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최근 2년간 코스닥 상장기업의 평균 공모금액은 268억원으로, 이중 일반투자자에 배정되는 물량은 54억원(20%) 정도다. 이론상 주가가 하락해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하면 공모가의 90%인 48억원을 주관사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차익실현을 위해 상장 직후 주식을 파는 경우가 대부분. 때문에 주관사들은 일반청약자 배정 시 20%를 초과하지 않는다. 또 작년 기업공개(IPO)한 코스닥 기업들의 평균 수익률(올해 4월 말 기준)이 10%를 상회한 점 등을 감안하면 손실 우려가 크지 않다는 진단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공모가보다 10% 이상 하락하기 전 대다수가 팔 것"이라며 "풋백옵션 기간도 3개월만 적용하고 있어, 테슬라 기업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풋백옵션 때문이라는 주장은 과도한 논리"라고 반박한다.
그럼에도 '테슬라 요건'에 대한 증권사들 반응은 미온적이다. 손실 부담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의 매력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증권사 한 IPO 담당자는 "사실 풋백옵션이 큰 부담은 아니다"며 "미래 성장성 있는 적자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쉽지 않고, 발굴하더라도 상장 이후 경영성과에 따라 증권사 신인도와 IPO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접근하는데 쉽지가 않다"고 전해왔다. 테슬라 1호 기업으로 거론되는 카페24의 경우, 올해 1분기 영업이익 8억원, 당기순이익 10억원으로 엄밀하게 보면 적자기업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영업이익에서 자유로운 '기술특례제도'가 있어 굳이 테슬라 요건을 택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IPO 담당 관계자는 "감당할 여건이 되는 대형사들은 다양한 상장 요건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중소형사들은 일반적인 IPO 수요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테슬라 기업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도 '언제' 테슬라 기업이 나올 것이냐보단 '어떤' 테슬라 기업이 나오느냐에 관심이 높다. 또 투자자 보호를 위해 풋백옵션을 적용한 만큼 제도 개선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관계자는 "현재로선 풋백옵션 완화를 수용할 생각이 없다"면서 "그만큼 투자자와 혁신기업에 대한 주관사들의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답했다. 이어 "(풋백옵션 없이) 무분별한 상장으로 부작용이 발생하면 오히려 성장성 있는 기업들이 테슬라 요건을 활용할 기회가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업계 역시 테슬라 요건이 조심스러운 것은 마찬가지. 올해부터 공모제도 개편으로 VC 외에 벤처펀드, 연기금도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풋백옵션 부담도 같이 짊어지게 됐다. 상장주관사들이 머뭇거리자 VC들도 대다수 관망하는 분위기다. 상장에 연연하지 않고 충분히 기업 밸류에이션이 높아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곳도 꽤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상장주관사들과 리스크를 감안해가며 적극 추진하기엔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며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충분히 오른 다음에 결정하는 것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테슬라 흥행은 시장이 반응할 충분한 시간과 경험이 축적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인 것이다. 일단 시장이 받아들이면 정부가 특별히 조치하지 않아도 흥행 가능하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로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있다. 도입 당시 한 해 신청건수가 4~5건에 불과했던 기술특례제도는 바이오업체들의 전용통로로 인식돼 오다 2014년 최초로 비(非)바이오 기업이 상장에 성공한 후 다양한 업종이 관심을 보이면서 신청건수가 2015년 30건, 2016년 36건으로 급증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