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가입 필요성 자체가 사라질수도
비급여항목이 어떤 속도로 건보체계에 편입되느냐가 관건
[뉴스핌=김은빈 기자] 실손건강보험의 ‘국민보험’ 자리가 위태해졌다.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그 여파가 민간 의료보험인 실손보험에도 미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실손보험의 필요성 자체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보험 보장강화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지난 9일 정부는 건강보험의 비급여 항목을 올해 하반기부터 오는 2022년까지 급여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MRI)을 비롯한 비급여 항목들이 단계적으로 급여 혹은 예비급여로 건강보험에 편입된다. 미용과 성형 등 의학적 이유와 무관한 항목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 항목이 대상이다.
이에 실손보험의 필요성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실손보험은 비급여 항목을 집중 보장하는 상품이다. 비급여 항목이 사라진다면 결국 실손보험이 효용성도 줄어든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실손보험의 신규 가입여력이 많이 떨어지게 될것"이라며 "결국 시장자체가 축소될 거고, 심하면 사라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세한 내용까지 내놓지 않은 만큼 섣불리 판단하긴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사회안전망연구실 실장은 “비급여항목이 어떤 속도로 편제되느냐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것 같다”며 “예비급여로 편제된다고 해도 자기부담률이 높다고 하면 시장이 아주 많이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정부가 비급여 항목의 건보 편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다, 급여항목이라고 해도 자기부담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실손보험의 효용성은 아직까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보험회사들은 일단 대책의 방향성에는 긍정하는 모양새다. 그간 보험사들은 비급여 항목의 오남용으로 인해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20.7%에 달했다. 100%가 넘어가면 보험사가 얻는 수익에 비해 지출이 많다는 뜻이다.
이번 대책으로 인해 실손보험료 역시 자연스럽게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보의 보장성이 강화되면 자연히 실손보험으로 지급하는 금액이 줄어들게 되는 만큼, 보험료 인하 여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대책으로 암보험이나 간병보험같은 정액보험 시장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건강보험이 정액과 실손보험으로 양분된 만큼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성희 실장은 “일본의 경우는 건강보험의 보장이 80%이상이어서 실손보험이 거의 형성돼있지 않고 정액형을 많이 산다”며 “우리도 공공보험의 보장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면 정액보험에 대한 니즈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