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강세 속 멕시코 페소 , 인도 루피 등 유망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달러화가 연일 하락 압박에 시달리는 가운데 월가 투자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온건한 정책 기조보다 '트럼프 디스카운트'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인프라 투자와 감세 등 소위 트럼프노믹스의 실현 기대가 희석되면서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반면 신흥국 통화에 대한 월가의 전망은 장밋빛이다.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슬로우 모션'을 연출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자산 매입 프로그램 종료에 신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데다 이머징마켓의 펀더멘털이 개선된 만큼 2013년 당시 테이퍼링 발작이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실제로 중국 위안화가 2015년 이후 최장기 상승 흐름을 타면서 이 같은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11월8일 미국 대선 이후 수직 상승했던 달러화는 10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밀린 상태다.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17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95.30 선에서 거래됐다.
연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103 선을 넘었던 지수는 대선 당시 수준을 밑돌고 있다.
최근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부진을 빌미로 금리인상을 신중하게 단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달러화에 일정 부분 하락 압박을 가했지만 결정적인 배경은 트럼프 리스크라는 지적이다.
리처드 클라리다 핌코 전략가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대대적인 감세와 1조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공약의 이행 여부가 불투명하고, 의회는 헬스케어 개혁안을 놓고 씨름하고 있다"며 "연초 트럼프노믹스에 커다란 기대를 걸었던 투자자들이 실망했다"고 전했다.
멕시코 페소화 <사진=블룸버그> |
경제 지표도 달러화의 모멘텀을 꺾어 놓았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보합에 머물렀고, 소매판매가 예기치 않게 0.2% 감소해 2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이와 관련, ANZ의 데이비드 플랭크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올해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떨어지고 있다"며 "이와 함께 대차대조표 축소 여부도 지켜 볼 문제"라고 말했다.
연방기금 금리 선물이 제시하는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50%에 머물고 있고, 내년 긴축은 두 차례 미만으로 점쳐지고 있다.
반면 위안화의 강세 흐름이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위안화는 역내시장에서 8개월래 최고치에 거래, 달러/위안 환율이 6.7728위안까지 밀렸다. 이는 미국 대선 이전인 지난해 11월4일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2분기 중국 경제가 6.9% 성장해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은 데다 산업생산과 고정 투자, 소매판매 등 주요 매크로 경제 지표가 호조를 이룬 결과다.
싱가포르의 오버씨 차이니즈 뱅킹의 토미 시에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정책 기조와 경제 지표에 힘입어 위안화에 대한 투자 심리가 선진국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라며 "적어도 중국 내부적으로 위안화를 끌어내릴 만한 악재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통화 전반에 대한 투자자 전망도 장밋빛이다. 인도 루피화부터 멕시코 페소화까지 주요 통화가 해외 자본 유출 리스크로부터 상대적으로 강한 저항력을 갖추고 있고, 이에 따라 변동성이 3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선진국 중앙은행의 긴축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지만 이달 들어 MSCI 이머징마켓 통화 지수는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운용 자산 규모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아문디는 보고서를 통해 멕시코 페소화와 브라질 헤알화 등 금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의 통화가 유망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HSBC는 멕시코와 남아공, 인도,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 신흥국의 현지 통화 표시 채권의 강세 흐름을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