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협력업체 애로 청취하며 인격적 처우 강조
1700억 상속세 납부 '정도경영'..매출 2조시대 열어
'승부사' 기질로 새바람 불어 넣은 주인공
[뉴스핌=전지현 기자] 올해로 창립 48주년을 맞은 오뚜기가 문재인 대통령의 기업인과의 대화 자리에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초대돼 주목을 받고 있다. 덩달아 오너인 함영준 회장(58)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함 회장은 선친인 고(考)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의 외아들로, '바른생활 CEO'와 '결단의 승부사'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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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 오뚜기 회장. <사진=네이버 인물검색 캡쳐> |
25일 관련업계와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함 회장은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첫 기업인 대화 참가 대상 기업으로 청와대에 방문한다. 오뚜기 관계자는 "함 회장이 27일 문 대통령과의 기업인 간담회 자리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함 회장을 일컫는 두가지 키워드 '바른생활 CEO'·'결단의 승부사'
문 대통령의 초청자 명단에 중견기업으로 이름을 올린데는 함 회장의 '정도경영 철학'이 주요했다는 평가다.
1977년 오뚜기에 입사한 함 회장은 2000년 3월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며 오뚜기의 '2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이후 10년만인 2010년 3월 오뚜기 대표 회장에 올랐고, 지난해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함영준이 오뚜기 최대주주가 됐다.
함 회장은 영업사원들에게 거래처를 수시로 방문해 통해 애로사항을 청취하도록 하고 있다. 대리점과 협력업체가 을(乙)의 입장에서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매년 예절교육을 실시하며 거래처에 대한 인격적 처우를 강조하고 있다.
선친의 뜻을 이어 남모르는 선행도 실천하고 있다. 지난 1992년 시작한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후원 사업은 지난해까지 4242명의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선사했고, 1996년 설립한 오뚜기 재단은 500여명에게 25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지난 2015년에는 밀알복지재단에 주식을 증여했다.
하지만 이같은 선행을 주도하면서도 대외에 알리지 못하게 했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선친의 가르침을 따른 결과다. 함 회장이 지난해 승계과정에서 17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정직하게 납부한 것 역시 평소 함 회장의 '정도경영'이 엿보이는 사례다.
'모범생 CEO'라는 별칭을 가진 함 회장은 사업성에 있어선 승부사 기질도 있다.
함 회장은 창립 40주년을 맞은 2010년 처음으로 강남구 대치동에 사옥을 마련했다. 이후 케첩·카레 등 기존 사업 수성을 유지하면서 신사업인 건강기능식품을 강화해 본격적인 경영혁신운동을 주도했다.
냉동식품(스노우밸리, 2010년) 진출, 차(茶)시장 진출(삼화한양식품 인수, 2010년), 하얀국물라면 시장 진출(기스면, 2011년), 건기식 브랜드 ‘네이처바이’ 론칭(2012년), 홍삼브랜드 ‘네이처 바이 진생업’ 론칭(2012년) 등은 모두 함회장이 주도한 '작품'으로 꼽힌다.
함회장이 사장직에 오르기 전부터 오뚜기 경영에 참여 경영에 깊숙이 관여, 높은 경영 이해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란 평가다.
함회장은 이같은 신사업군을 이끌면서도 그 중심에 라면사업을 두는 전략을 펼쳤다. 함 회장은 직접 오뚜기의 주력 라면인 진라면 맛 개선 작업을 2년여간 주도한 결과, 2013년 라면매출이 33% 급증하며 1040억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2년여 뒤인 2015년 9월에 내놓은 ‘진짬뽕’은 짬뽕라면 시장에서 매출 1위에 올랐고, 같은 해 12월 한달 동안 오뚜기 ‘진짬뽕’은 170억원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로 오뚜기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107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 매출 1조원을 기록한 이후 9년만에 '2조클럽'에 입성한 것.
오뚜기 관계자는 "함 회장은 언론 전면에 나서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인터뷰조차 한 적이 없다. 홍보실에서 회장 사진조차 언론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창업주 역시 지난해 별세하며 일대기가 알려졌을 정도"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