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 풋백옵션탓 공모가 산정 어려워
대형IB 관심 저조 영향도
[뉴스핌=조한송 기자] 연초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이른바 '한국형 테슬라 제도'. 적자임에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나스닥에 상장한 테슬라 모델을 한국에 도입해보자는 시도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연내 한국형 테슬라 1호 기업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제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공모가 산정인데 기업과 주관사 측이 이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표=금융위 자료> |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거래소에 테슬라 요건을 적용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곳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테슬라 요건과 관련해 증권사와 주관계약을 체결하고 상장 논의를 진행 중인 기업이 몇 곳 있긴하나 적정 공모가 산정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대부분 실사를 통해 공모가와 수수료를 조율한다"며 "연내에 심사청구가 가능할지는 몰라도 상장까지는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귀띔했다.
테슬라 요건 신설은 모험시장을 육성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기조 아래 중심축이었던 만큼 이에 대한 기대 역시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는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올해 안에 테슬라 1호의 상장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가총액 500억원 정도 규모가 된다면 재무적 요건을 보지 않겠다는 것이 테슬라 요건의 큰 틀이어서 기업으로선 공모 당시의 평가를 잘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면 주관사로선 일반 기업공개(IPO)에 비해 공모가가 부담이다. 주관사가 기업의 잠재능력을 평가해 상장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준 만큼 풋백옵션(매수청구권)조항을 마련해 주관사가 책임지도록 했기 때문이다. 즉 테슬라 요건을 적용해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는 해당 종목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10% 이상 하락하면 하락한 가격에 투자자들 주식을 되사줘야 한다.
한 대형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한달도 아니고 3~6개월 동안 주가가 반토막 나면 거의 반을 리펀딩(환급) 해줘야 하는데 그 규모가 굉장히 클 수 있다"며 "요즘 IPO 부서에서 자기자본 투자(PI)도 많이 하지만 투자의사결정을 통해 투자하는 것과 나중에 유통시장에서 리스크(위험)를 떠안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증권사 IPO 부서에선 통상 상장업무만 담당하기 때문에 향후 떠안게 되는 주식 물량은 상품을 운용하는 부서로 넘겨야 하는 내부적인 문제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부담을 느끼는 주관사가 기업과 공모가와 상장수수료 등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상장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
애초 금융당국이 구상했던 한국형 테슬라와도 거리가 멀어지는 모양새다. 당국은 대형 투자은행(IB)과 500억원~1000억원의 성공 모델을 가진 소셜커머스 등과의 컬래버레이션(공동작업)을 기대했지만 실상은 다르다. 현재 증권업계에선 틈새시장을 노린 중소형 투자은행(IB)와 소규모 기업간 진행이 대부분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대형사는 IPO 물량이 많은 데다 일반 대형 거래(딜)에 주력하는 분위기"라며 "테슬라 1호가 탄생하는 데는 증권사 의지가 중요한 상황이어서 공격적으로 IB 영업에 나선 중소형사 몇 군데가 적극 움직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조한송 기자 (1flow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