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가 20일, 마침내 관객과 마주했다. 놀란 감독은 세계 영화팬의 관심이 쏠린 신작 ‘덩케르크’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실제 벌어진 연합군 구출작전을 그렸다.
뜨거운 기대 속에 개봉하는 ‘덩케르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놀란 감독의 첫 영화다. ‘다크나이트’ 시리즈와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에서 발휘됐던 감독의 놀라운 상상력은 ‘덩케르크’에 이르러 아주 생생한 리얼리티로 대체됐다.
이런 이유로 신작에선 놀란 감독의 기발한 화면이나 스토리,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공간의 왜곡, 블랙홀, 양자물리학 등 현학적이기까지 했던 전작들과는 출발점도, 지향하는 바도 다르다. 바로 이 점이 놀란의 영화에 기대를 걸었던 관객에 실망을 줄 수도 있겠다.
감독은 1940년 프랑스 덩케르크에서 벌어진 연합군 대규모 철수작전 그대로를 담고자 했다. 블루스크린을 배제하는 것도 모자라 박물관에나 있을 실제 비행기를 구해왔다. 이 비행기를 직접 몰아보고 제작진에 철저한 고증을 당부했다. 실제 2차 세계대전 분위기가 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이야기다.
리얼리티와 더불어, ‘덩케르크’는 전쟁이 아닌 생존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렇기에 무척 색다르게 다가온다. 전쟁의 참상을 그리는 과정에서 절대 죽음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 흔한 총상 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구축함이 어뢰를 맞는 장면, 전투기 교전 신은 어찌 보면 썰렁할 지경이다. 호쾌한 액션을 즐기는 전쟁영화 마니아라면 분명 아쉬울 부분이다.
그렇다고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지를 벗어나려는 병사들의 몸부림은 담백한 화면 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무력을 이용한 대규모 액션신은 없지만 스멀스멀 관객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영화적 구성이 살아있다. 놀란 감독의 이런 수완엔 언제나 감탄하게 된다.
이런 영화적 긴장감은 시간적 배치를 통해 배가된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병사들의 일주일, 그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 민간 선박의 하루, 그리고 아군을 지키려는 스핏파이어 파일럿의 1시간이 교차되며 극적 긴장이 고조된다. IMAX와 65mm 카메라를 활용한 화면 역시 이런 감각을 끌어올린다. 톰 하디가 연기한 조종사 파리어의 시점이 특히 그렇다.
여담으로, 벌써부터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 이야기가 나온다. 여러모로 ‘덩케르크’는 실화를 재구성한 놀란의 실험작 같은 느낌이다. 실재하는 이야기를 놀란이 영화화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보여주는 시작점인 셈이다. 놀란의 상상력에서 비롯됐던 영화적 희열은 잠시 잊는 것이 좋다. 대단한 작품이라며 박수를 칠 관객도, 106분 동안 몸을 꼬며 지루해할 관객도 있을 거다. 있는 그대로, 영화를 보면 그만이다.
■덩케르크 구출작전은
1940년 5월26일부터 6월4일까지 연합군 병력 33만8226명을 구해낸 기적의 작전. 영국군은 처칠 수상의 지휘 아래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영국, 프랑스, 캐나다, 벨기에 등 연합군 병력을 독일군 손아귀에서 철수시켰다. 세계 전쟁사에 유례 없는 작전으로 평가된다. 독일군이 이 시기에 덩케르크를 공격하지 않은 이유가 여전히 미스터리다. 히틀러의 실수로도 일컬어진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