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측 "주요 쟁점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2막을 올렸다.
영국 측 협상 대표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 EU 측 협상 대표인 미첼 바니에르 수석협상관과 만나 4일 일정의 협상을 재개했다.
지난 6월 영국 조기 총선에서 테레사 메이 총리가 참패한 데 따라 영국의 EU 단일시장 잔류를 의미하는 '소프트 브렉시트'에 대한 기대가 번진 상황.
유럽연합기와 영국 국기 <출처: 블룸버그> |
이날 CNBC를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회담에 앞서 바니에르 EU 브렉시트 수석협상관은 주요 쟁점에 대해 말을 아낀 채 기자들에게 '오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회의에서 양측 협상 팀이 핵심 안건들의 심장부를 본격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혀 메이 총리의 50조 발동 이후 지지부진했던 협상에 속도를 낼 뜻을 시사했다.
데이비스 장관 역시 기자들에게 "성공적인 브렉시트 협상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때"라며 "서로 상이한 점들을 조율하는 한편 유사한 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EU 탈퇴의 구체적인 형태를 놓고 영국 정치권 내부의 이견과 마찰이 크게 고조돼 데이비스 장관은 물론이고 유럽 측 협상팀 역시 쟁점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협상 성사 여부가 판가름나는 2019년 3월30일까지 불과 20개월을 남겨두고 풀어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무엇보다 가장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한 가지는 이민법이다. 즉, 영국에 거주하는 300만명의 유럽인과 유럽에 체류중인 100만명의 영국인에 대한 정착 지위에 대한 사안이다.
메이 총리는 앞서 내부적인 이견에도 기존에 영국에 체류중인 EU 국적의 유럽인들에게 교육과 헬스케어, 연금 등의 사회보장에 대해 영국인과 동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첼 바니에르 유럽연합(EU) 브렉시트 협상 대표 <사진=AP/뉴시스> |
하지만 이에 대해 바니에르 수석협상관을 포함한 유럽 측은 못 마땅하다는 반응이다. 영국에 체류중인 유럽인에 대한 제약이 EU 다른 국가에 체류중인 영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어서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무역법안도 영국과 EU는 물론이고 영국 내부에서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다. 메이 총리는 당초 EU 탈퇴와 새로운 무역 관계 정립이 2년 이내에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일정 부분 시범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리암 폭스 영국 통상 장관은 수 개월이라고 언급했고,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은 1~2년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폭스 장관은 EU와 관세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EU 측은 이에 대해 경제적인 대가와 함께 법적 감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EU 역시 새로운 교역 질서를 정립하는 데 일정 기간 과도기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사전에 해당 기간이 명시돼야 하며, 최종적인 교역 관계에 대한 결론이 내려질 때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원자력도 영국 안팎에서 마찰을 빚는 부분이다. 지난 3월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와 함께 유럽원자력공동체(EAEC)를 탈퇴할 의사를 밝혔지만 관련 업계와 보수당이 반기를 들고 있다.
데이비스 장관은 준회원으로 EAEC에 남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 경우 인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문제와 상충하게 된다.
이와 함께 이번 협상에서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의 국경 딜레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는 국경 통제나 세관 없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했지만 브렉시트로 인해 세관의 부활 여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다.
최근까지 영국과 아일랜드 측이 세관 부활을 반대하는 뜻을 밝혔고, EU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