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급 학위·8년이상 실무 경험 등 요구
치열한 기술경쟁 속 우수인재 선점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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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핌=황세준 기자 ] 삼성, LG, SK 등 국내 전자업계가 일제히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박사급 학위나 동종업계 8년 이상 실무경험 등 '하이스펙' 인재를 찾는 게 특징이다. 기술경쟁력이 곧 미래 먹거리인 전자업계 특성상, 우수인재 선점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12일 뉴스핌이 확인한 각 사별 경력직 채용 기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종합기술원, 무선사업부, 글로벌 마케팅센터 등에서 근무할 경력직을 뽑는다. 제출 서류는 입사지원서,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경력증명서, 자격증 등이다.
종합기술원의 경우 박사학위 소지자로서 모집 분야 관련 연구를 경험했거나 학사 졸업 후 최소 8년 이상 산업계 종사한 인재를 채용한다. 입사지원서 기재항목으로는 졸업논문명, 실험실명, 어학사항 등을 요구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경력직을 채용한다. 박사학위 소지자는 산업계 경력이 없어도 지원 가능하다. 입사지원서에는 실험실명, 지도교수명, 추천인 등을 적어야 한다.
LG전자는 CTO부문, TV(HE)사업본부 소재/생산기술원, 생활가전(H&A)사업본부, 필리핀 법인 등에서 근무할 경력직을 채용한다. 직무에 따라 모집 관련분야 석사학위 이상 인재를 우대한다. 10년 이상의 경력도 요구한다. 입사지원 주요 기재 항목은 학점, 어학점수, 자격증 등이다.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사업부, 기판소재사업부 경력직을 인재풀 방식으로 뽑는다. 박사학위 소지자 포함해 찾는 중이다. 비즈니스 영어회화 가능한 인재를 우대한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 분야, 딥러닝용 반도체 설계 분야, 기업용 저장장치(SSD) 분야, 수출입 통관 분야, 안전환경보건분야 등에 경력직을 채용한다.
인공지능 분야의 경우 박사 이상 학력을 요구한다. 석사도 지원 가능하나 해당 분야 경력 5년 이상을 갖춰야 한다. 입사지원서 기재항목은 학력, 경력, 외국어, 자격증 등이다. 다른 분야와 달리 SK의 채용시험인 SKCT 없이 서류전형 이후 곧바로 면접을 진행한다.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희망 취업 업체 부스에 줄을 서고 있다. [뉴시스] |
전자업계가 이처럼 경력직 채용에 고스펙 인재를 찾는 배경은 업종의 특수성 때문이다. 이 업종의 경력 채용은 결원에 따른 충원보다는 글로벌 미래 먹거리를 빠르게 육성하기 위한 위한 인재 확보 차원이라는 것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신입사원에 '탈스펙 채용', '블라인드 채용' 등의 바람이 일고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회사가 원하는 맞춤형 경력인재를 찾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실력을 가진 인재라면 경쟁사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억대 연봉을 주고서라도 데려오는 게 ICT업종의 특성"이라며 "임원급의 경우는 특히나 모셔오기 경쟁이 심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전자업계가 반드시 스펙만으로 경력직원을 뽑는 건 아니다. 인사 담당자들은 스펙보다 중요한 건 결국 '직무에 맞는 능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지난 2011년 삼성전자에 과장급 경력직으로 입사한 강유나씨의 경우 어학점수 없이 이직 성공한 케이스다. 그는 사보를 통해 "(스펙 높다는) 소문 때문에 지원을 망설이지 말고 본인의 판단을 믿어보라"는 조언을 남겼다.
또 각종 취업정보 사이트에는 '대기업 임원으로부터 경력입사 제의를 받았는데 고민'이라거나 '경력직 지원해 기술면접까지는 붙었는데 마지막 인성면접에서 미끄러졌다'는 등 다양한 경험담들이 공유되고 있다.
10대그룹 계열사의 담당자는 "최근들어 석박사 채용 비중을 늘렸다거나 경력 요구 년수의 문턱이 특별히 높아지지는 않았으나 기술 발전과 사업포트폴리오 변화에 따라 회사마다 요구하는 능력이 과거와 다를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7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현장면접을 보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다른 담당자는 "최첨단 IT분야를 다루는 기업에서 전문인력은 핵심 자산"이라며 "신입사원부터 육성해서 인재로 키울수도 있고 경력사원을 뽑는 경우도 있는데 경력사원의 경우 어느정도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또 다른 담당자는 "경력직은 곧바로 업무에 투입할 사람들"이라며 "3~4년차면 대리급, 7~8년차면 과장급으로 통상 분류하는 데 경력직 채용 직무마다 필요로 하는 직급이 다를 수 있고 이에 맞는 인재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산·학·연이 협력해 석박사급 인재를 직접 길러내는 방식도 확산되고 있다. SK텔테콤은 최근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을 위해 서울대학교와 손잡았다. 국내에서 기업과 대학이 손잡고 AI 실습 커리큘럼을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산업협회는 올해부터 '지능형반도체 전문인력사업'에 차량용 반도체 기술그룹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사업 기간은 올해부터 4년간이고 참여 기업은 독일계 업체인 인피니언테크놀로지를 비롯해 휴인스, 다믈멀티미디어, 실리콘마이터스, 어보브반도체, 인피니티웍스 등이다. 참여 대학은 숭실대, 울산과학기술원, 한양대 3곳이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