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정부의 공공기관 선발방식 놓고 설왕설래
학벌사회 폐단 계기 vs 학벌도 노력의 산물 역차별
명문대생 “대학별 정원 없어지면 이점이 있을 수도”
[뉴스핌=김규희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계획을 밝히면서 학벌 위주 사회에 변화가 올 것을 기대하는 시선과 학력도 노력의 산물이라며 명백한 역차별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지난달 26일 신촌의 한 대학교 전경. 계절학기 및 취업준비를 위해 학교를 찾는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황유미 기자 |
정부는 학벌사회를 없애는 일환으로 공공기관 입사 지원서에 나이, 출신, 지역, 학력, 외모 등 정보를 적는 항목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학벌 중심 풍조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년들은 대체적으로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크게 바라봤을 때 학벌 좋은 사람이 아닌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채용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역차별적 요소가 있어 우려의 시선도 뒤따랐다.
취업준비생 박수연(26)씨는 “좋은 대학교 진학이 좋은 회사 취직을 보장하지 않게 돼 학벌 사회 폐단이 어느정도 개선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명문대를 졸업한 이모(29)씨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씨는 “좋은 학벌도 노력해서 얻어낸 것”이라며 “고등학교 때 잠을 줄이고 놀고 싶은 것도 참으며 공부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부질없는 짓이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 다른 명문대 졸업생 최모(29)씨는 "명문대생에 대한 오해가 있다. 마치 '신의 직장'이 보장된 것처럼 여겨지지만 우리도 학점관리, 취업준비에 최선을 다한다. 고등학교 때 놀다 지방대 진학 후 노력한 사람들만 중요하게 여길게 아니라 어릴적부터 이어온 우리의 노력도 폄하되어선 안된다”고 항변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학벌 사회의 수혜자인 명문대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부 명문대생들은 오히려 이를 반기고 있다.
블라인드 방식이 도입되면 암암리에 이뤄지던 학교별 T.O.(정원) '족쇄'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간 다른 지원자보다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같은 학교 출신에게 뒤쳐지면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으나, 이제는 모든 응시자와 경쟁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합격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진다는 계산이다.
SKY 대학을 졸업한 한 취업준비생은 “동기들끼리 모이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학교별 T.O.였다”며 “지금껏 명문대생은 명문대생끼리 경쟁해야만 했다.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되면 경쟁률은 더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학교별 T.O.' 제도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 공공기관 채용담당자는 “그 동안 상위권 대학 학생만 선발하면 차후 감사 때 문제가 될 수 있으니 학교별 T.O.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모두를 같은 기준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뽑고 보니 SKY'란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을 것"고 했다.
한편 서울지역 취준생들은 ‘지역할당’ 정책에 대해서는 크게 아쉬워했다. 편견을 없애겠다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지만 지역출신대학 소재지는 기재토록 하는 건 모순이며 역차별이란 것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김모(28)씨는 “지방에서 20년을 살았다. 좋은 학교가 있는 서울로 올라왔더니 이젠 지역인재가 아니라고 한다. 부모님도 아직 지방에 계신다. 난 아직도 지방사람”이라며 “고등학교 때 공부 열심히 한 결과가 오히려 취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