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출근 첫 날, 아름(김민희)은 창숙(김새벽)의 자리에서 일하게 된다. 해주는 사장 봉완(권해효)과 불륜 사이었던 전 직원. 같은 시각 봉완의 아내 해주(조윤희)는 사랑의 노트를 발견하고 봉완의 회사를 찾아간다. 자연스레 아름은 창숙으로 오해받고, 결국 그날 회사를 그만둔다.
영화 ‘그 후’는 ‘오!수정’(2000), ‘북촌방향’(2011)에 이은 홍상수 감독의 세 번째 흑백 영화다. 그의 작품 대부분이 그렇듯 소재는 불륜. 무책임하고 우유부단한 남성과 그를 둘러싼 여성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밤새도록 얘기를 나눈다. ‘그 후’에서는 이들은 주로 아름과 봉완이다. 일상의 대화지만, 주제는 삶의 의미와 실체, 믿음 등 언제나처럼 관념적이다.
알려졌다시피 홍 감독의 영화치고 꽤 친절한 작품이다. 여전히 현재와 과거가 뒤섞였으나 플롯 자체가 단순해 쉽게 읽힌다.
두 사람의 전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와 시선이 달라졌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화자는 불륜녀에서 불륜남으로 바뀌었다. “사랑받을 자격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나요?” “지들끼리 좋아하는 걸 불륜이래”라던 관점도 변했다. 봉완은 창숙에게 “비겁하다”고 비난받고, 아름은 불륜녀로 몰려 뺨을 맞으면서도 “맞을 짓을 했다. 둘이 너무 큰 잘못을 했다”고 해주를 감싼다.
결말 역시 홍 감독답지 않게 대중적이다. ‘그 후’는 불륜의 ‘그 후’를 보여주며 끝난다(제목이 그래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몇 달 후 봉완의 수상 소식을 들은 아름이 그를 찾아간다. 봉완은 뒤늦게 아름을 알아채고, 아름은 창숙의 안부를 묻는다. 봉완은 “애를 보는 순간 애를 위해 살자, 내 인생을 포기하자 생각했어. 일초도 안 걸렸어. 집에 돌아왔다고 상을 주는 건가”라며 책을 건넨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그 후’다.
분명 홍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겠지만, 이번에도 영화로만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실소를 자아내는 장면 대부분이 실제 홍 감독과 김민희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 ‘극장전’(2005), ‘다른 나라에서’(2012)에 이은 홍 감독의 네 번째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오는 6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영화제작전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