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전략 단순·수수료 구조 상이…헤지펀드 아냐"
"공모펀드 없는 전략으로 레버리지 일으켜"
[편집자] 이 기사는 6월 27일 오후 2시55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이광수 기자] 출시 넉달만에 1조3000억원의 자금을 모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교보증권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대해 업계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교보증권이 설정한 일부 펀드가 헤지펀드가 아닌 일반 채권형 펀드에 가까워 이를 헤지펀드 설정액으로 온전히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이에 대해 교보증권은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형태로 운영되는 펀드여서 그 같은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개의치 않는 분위기. 금융당국 역시 용어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라며 현행 법으로 헤지펀드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증권업계 "교보 운용전략 단순해…헤지펀드 아니다"
"쉽게 말하자면 단기 채권형 펀드입니다" 교보증권 헤지펀드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가 언급한 이에 대한 근거는 ▲안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운용전략이 단순하고 ▲만기가 정해져 있으며 ▲초창기 일부 펀드는 프라임브로커(PBS)를 통하지 않았다는 것 등이다.
또 글로벌 헤지펀드 고유의 수수료 구조인 '2+20'(운용수수료 2%, 성과수수료 20%)의 형태를 취하지 않은 것도 자주 지적됐다. A증권사 관계자는 "단기 채권형이면 운용업계 입장에선 MMF(머니마켓펀드)와 같은 것"이라며 "수수료로 따지면 3~5bp(bp=0.01%포인트) 정도인데, 성과보수도 없는 이 같은 구조를 헤지펀드로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국계 운용사인 템플턴이나 피델리티, 도이치의 경우 인건비가 안 나와 한국에서 이러한 운용을 하지 않고 있다"며 "대형 운용사들 역시 이 같은 펀드를 설정액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자산운용의 '삼성다빈치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1호_Ci'는 채권형 펀드로 KB증권의 PBS와 계약해 설정된 펀드지만 내부적으로 헤지펀드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반면 흥국자산운용의 '흥국재량투자전문투자형사모증권투자신탁[채권]'은 자체적으로 헤지펀드로 구분한다.
B운용사 관계자는 "기존에 신탁부에서 운용하던 펀드를 헤지펀드로 다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스킴(Scheme)은 외부에서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일반 채권펀드와 유사하게 성과가 움직이고 있다"고 전해왔다.
◆ 교보증권 "공모펀드에서 쓸 수 없는 로직"
이에 교보증권 측은 일반펀드까지 포함돼 설정액이 크게 알려진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헤지펀드가 맞다는 입장이다. 27일 기준으로 교보증권 헤지펀드 설정액은 1조2950억원. 회사측 관계자는 "총 잔고가 2조원 가까이 되는데, 이 중 약 7000억원은 일반 사모펀드 형태다. 일부 언론에서 이를 포함해 보도하면서 다소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교보증권 헤지펀드 담당자는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은 일반 사모 채권형펀드는 헤지펀드가 아니라는 것에는 동의한다"며 "교보증권은 공모펀드에서 절대로 쓸 수 없는 차입과 스왑, 신용공여 등을 써 레버리지를 일으켜 운용중이고, 해당되는 펀드 잔고는 1조295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이어 PBS 계약 유무 역시 헤지펀드의 기준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기준으로 증권차입 50% 이상인 펀드의 경우만 PBS가 권장된다. 3월에 설정된 펀드들은 이 기준에 못미쳐 수수료를 아끼려고 PBS를 거치지 않았다"며 "최근 설정되는 펀드들은 모두 PBS에 가입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교보증권이 밝힌 PBS와 계약된 펀드의 설정액은 9700억원이다. 이 관계자는 "올해 초 PBS를 거치지 않고 설정된 펀드들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PBS와 계약되지 않은 펀드들은 곧 없어질 것"이라며 "지금까지 잘 보지 못하던 형태의 헤지펀드여서 업계 안팎에서 경계하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 금융당국 "다양한 전략 쓰지 않아도 '헤지펀드'"
이 같은 업계내 시각차의 원인은 사모펀드 제도 개편안에 있다. 금융당국은 2015년 10월 사모펀드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사모펀드를 'PEF'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만 구분했다. 과거 '일반 사모펀드'와 '한국형 헤지펀드'로 구분됐던 것이 모두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 통일된 것.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계에선 롱숏과 메자닌 등을 이용해 헤지(hedge)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만이 헤지펀드로 인식하고 있는데, 제도 개편으로 헤지펀드 운용전략을 쓰지 않는것도 헤지펀드에 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헤지펀드 개념을 좁게 보느냐 넓게 보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며 "과거 브레인과 쿼드, 삼성운용 등의 펀드만 헤지펀드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법적으로 모든 사모펀드는 헤지펀드에 속하기 때문에 교보증권의 헤지펀드가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고 정리했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