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4년치 재무제표 수정
[뉴스핌=백현지 기자] 안진회계법인의 영업정지로 외부감사인을 바꾼 대형건설사들이 반기(1~6월) 재무제표 발표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앞서 외부감사를 맡았던 안진이 분식회계로 영업정지를 받은 만큼 새로운 회계법인들은 깐깐한 회계를 할가능성이 커져서다. 이렇게 되면 당초 목표치와 괴리가 생기거나 과거 실적을 재수정해야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27일 건설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회계법인을 바꾼 대형건설사들은 실적발표시 예상치 못한 부실을 반영해야 할 수 있다.
지난 3월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1년 신규영업 정지로 대림산업을 제외한 일부 대형건설사들이 새로운 회계법인과 외부감사 계약을 체결했다. 비상장사인 포스코건설도 한영회계법인으로 감사인을 교체했다. 대우건설은 지정감리대상 기업이기 때문에 삼정회계법인으로 감사인을 바꿨다.
현대건설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건설은 올 1분기부터 안진회계법인에서 삼일회계법인으로 외부감사인을 교체했다.
지난 22일 현대건설은 4개년도 사업보고서를 수정해 정정공시를 냈다. 정정공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4년(2013~2016)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95억원, 165억원씩 감소했다. 앞서 현대건설은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은 바 있다.
건설사는 아니지만 8년치 이상의 감사보고서를 정정한 경우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 직권으로 안진회계법인에서 삼일회계법인으로 외부감사인이 교체됐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2008년부터 2016년 1분기까지 일제히 사업보고서를 전면 수정했다.
금융감독원에서도 미청구 공사대금과 공사원가 추정치 반영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관련해서 감사를 엄격하게 할 것을 주문해 건설사 외부감사는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청구공사는 공사미수금으로 공사는 진행됐지만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빅배스(대규모 손실처리)의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한 대형회계법인 출신 회계사는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회계사들이 감사보고서를 작성할 때 똑같은 상황이라도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생겼다"며 "건설사에게 잠재적 리스크인 미청구공사 항목이 대표적인데 이 부분에서 회계사마다 다르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계사는 "같은 회계법인 안에서도 담당 회계사에 따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 이후 수주산업에 대해 회계법인들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대형건설사 IR담당자는 "분기보다 반기 재무제표가 더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는데 회계법인을 바꾸고 첫 반기 재무제표를 발표할 때라 관심들이 많다"며 "업계 전반적으로 다들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