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에게 옥자는 10년간 함께 자란 친구이자 가족이다. 하지만 어느 날 글로벌기업 미란도가 나타나 미자에게서 옥자를 빼앗아 간다. 이에 미자는 옥자를 되찾기 위한 여정에 나서지만, 미란도 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 동물학자 죠니(제이크 질렌할),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가 각자의 목표를 위해 옥자를 찾아 나면서 그의 여정은 험난해진다.
영화 ‘옥자’는 보편적 정서에 기대 시작하는 작품이다. 외딴 산골에서 옥자와 미자가 나누는 정신적 교감과 유대감. 반려동물 천만 시대, 대다수 관객이 무리 없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다. (때때로 과하게 느껴지는) 만화적 설정이나 다소 작위적인 전개에 특별한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은 것 역시 이 덕이 크다.
물론 ‘옥자’는 이 둘의 교감 또는 미자의 모험담 자체에 머무르는 영화는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테마 안에는 언제나처럼 사회적 메시지가 가득하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자본주의 시대의 탐욕을 비판한다. 다만 비틀거나 돌려 말하지 않았다. 봉 감독은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 친절하고 명쾌한 화법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던졌다.
봉준호식 유머는 여전히 곳곳에서 크고 작은 웃음을 선사한다. 예컨대 옥자의 집에 도착해 소주를 마시는 제이크 질렌할, 통역과 지퍼락 방수 기능으로 갈등을 빚는 ALF, ‘러브 액츄얼리’ 패러디 등이 그렇다. 인증 사진에 혈안이 된 모습이나 비정규직의 설움을 토하는 뼈있는 유머 역시 곳곳에 묻어있다.
돼지, 하마, 코끼리, 그리고 매너티를 뒤섞어 만든 거대 크리처 ‘옥자’의 기술적 완성도는 기대 이상이다. 넷플릭스에서 투자한 제작비 600억이 아깝지 않을 정도. CG로 구현됐지만, 이질감이 전혀 없다. 더욱이 미자에게 밤송이를 빼달라고 발을 들이밀거나 미자의 효자손에 잠드는 모습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당차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안서현을 비롯해 틸다 스윈튼, 변희봉, 폴 다노, 스티븐 연, 최우식의 열연까지 모두 인상 깊다. 모두 개성 강한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했다. 특히 인상 깊은 건 제이크 질렌할의 변신. 반바지에 니삭스를 신고 하이톤 목소리를 내뱉는 그의 열연을 잊을 수 없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으로 29일 전 세계 190개국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국내에서는 같은 날 3대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극장에서 개봉한다. 영화관을 찾을 관객이라면, 쿠키 영상이 준비돼 있으니 성급히 뛰쳐나가지 말 것.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