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GAM 일반

속보

더보기

도시바 요청에 침묵한 일본 기업…"게이레츠 와해"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전후 일본 경제 뒷받침 하던 '게이레츠(기업집단)'
환경 변화, 구조개혁 등으로 퇴색

[뉴스핌= 이홍규 기자] 지난 70년 간 일본 대기업들에게 암묵적인 버팀목이 됐던 일본의 '게이레츠(keiretsu, 기업집단)' 문화가 와해되고 있다. 경영난에 처해 알짜 사업인 반도체 마저 매각하는 도시바의 구제 요청에도 일본 기업들은 묵묵부답이다.

5년 전 반도체 제조회사가 미국 투자펀드에 인수되는 것을 막고자 정부 펀드와 유수의 대기업들이 연합을 꾸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3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 분석 기사에 따르면 일본 산업계는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도시바 메모리) 매각으로 도시바의 기술이 아시아 경쟁사에 넘어 갈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정작 도시바 메모리 입찰에 단일 후보로 참여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민관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는 미국 사모펀드 또는 반도체 회사 웨스턴디지털(WD)과 공동 입찰을 검토 중이다. INCJ는 일본 기업들이 각 100억엔 규모로 소수 지분을 인수토록 유도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게이레츠, 전후 일본 경제 성장 뒷받침

이 같이 도시바를 둘러싼 일본 기업들의 소극적인 태도는 지난 수십년 간 대기업들에게 안전망을 제공했던 일본 특유의 기업 네트워크인 게이레츠의 퇴색을 의미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신뢰에 기반한 경영 협력체를 뜻하는 게이레츠는 집단 내 기업에 지원을 제공하며 일본 전후 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일본의 게이레츠는 크게 미쓰이, 미쓰미시, 스미토모 등으로 나뉜다.

위즈덤트리재팬의 제스퍼 콜 펀드매니저는 일본 기업들의 사업상 합의는 "힘든 시기때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도시바가 '미쓰이 게이레츠'의 핵심에 있다고 고려하면, 은행들이 개입하는 등 해결책들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게이레츠는 냉담해졌다"고 말했다.

과거 일본의 많은 기업들은 이 지원 네트워크로부터 수혜를 입었다. 2005년 UFJ가 미쓰비시도쿄금융그룹에 의해 구제됐고, 지난 2012년에는 르네사스가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로부터 인수되는 것을 막고자 INCJ가 토요타와 파나소닉의 지원을 얻어 전(全)일본 컨소시움을 꾸렸다. 결과가 성공적이지 못할지라도 대기업, 은행, 정부로부터 광범위한 지원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도시바가 원자력 사업 손실로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평가받은지 반 년이 지난 지금 도시바를 돕겠다고 나선 기업은 찾기 힘들다. 과거와 달리 도시바 홀로 경영 재건에 나서야하는 상황이다.

◆ 환경 변화·구조개혁 요구

전문가들은 이처럼 기업과 금융계의 반응이 소심해진 이유는 기업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해외 진출의 필요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높아졌고 정부가 지배구조 개혁을 요구함에 따라 서방 등 해외 투자자들에게 이 이해할 수 없는 의사 결정을 설명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 테크롤로지가 인수한 엘피다 메모리의 사카모토 유키오 전 최고경영자(CEO)는 "회사는 주주들에게 그들의 행동을 설명해야 한다"면서 "기업들은 더 이상 혼자 도시바를 구하기 위해 투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시바의 사외 이사인 고바야시 요시미츠는 지난 4월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위한 국가적 컨소시움의 등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과거라면 가능했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투자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어떻게 각각 100억엔을 투자해 투자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겠는가? 어렵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정부의 개혁 요구로 상호 지분보유 주식(cross-held share)이 줄어드는 등 우호 기업간 금융적 유대관계가 느슨해지고 있는 점도 게이레츠가 와해되는 요인이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2015년 말, 일본 상장 은행과 비금융 회사가 보유한 일본 주식 비율은 10.3%로 1990년 34%에서 급감했다. 노무라는 향후 수 년에 걸쳐 이 비중이 20~30%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인식 변화, 자동차 산업에서 잘 나타나

이러한 변화는 일본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 부문에서 잘 나타난다. 작년 11월 KKR은 닛산의 핵심 부품 회사인 칼소닉 칸세이를 45억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KKR의 인수로 닛산과 칸세이간 케이레츠 유대가 단절됐다고 평가했다.

닛산에게 이 매각은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시대에 핵심 부품 업체를 다른 곳에서 찾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결과적으로 칼소닉은 닛산에 매출을 대부분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매출을 다변화할 수 있었다.

작년 미쓰비시 자동차가 연비 부정 스캔들에 휘말렸을 당시에도 '미쓰비시(Mitsubishi) 게이레츠' 내에서 회사를 돕겠다는 기업은 없었다. 결국 미쓰비시자동차는 르노자동차와 제휴를 맺고 있는 닛산에 매각됐다.

전문가들은 사업 환경이 변화했고 기업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는만큼 정부의 기업 구제를 위한 개입은 자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히려 정부 개입이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경제산업성(MEIT) 고위 관료와 가까운 일본의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는 "당신이 이를 '주식회사 일본의 종말'로 부를지 모르겠지만, 도시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는 문제의 복잡성 때문에 모두가 놀라고 있다. 이는 MEIT와 일본에 위기 때 정말로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이들이 생각한 것보다 솔직한 답변이다"고 신문에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노스페이스 '한빛-나노', 오전 10시 발사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민간 우주발사체 기업인 이노스페이스는 독자 개발한 다단 연조 하이브리드 로켓 '한빛-나노(HANBIT-Nano)'가 2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발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노스페이스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CLA)의 기상 상황이 호전돼 발사 운용 절차를 재개했다고 전했다. 이노스페이스 '한빛-나노' 발사체 전경 [사진=이노스페이스] 2025.12.21 biggerthanseoul@newspim.com 현재 강우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발사체 기립 후 기능 점검을 마친 상태다. 한국시간 기준 오전 6시 27분부터 추진제(연료 및 산화제) 충전 작업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번 발사는 '스페이스워드(SPACEWARD)' 미션으로, 이노스페이스의 상업용 발사 서비스 역량을 입증하기 위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발사 라이브 스트리밍은 발사 1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이노스페이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이노스페이스 관계자는 "발사 직후 1차 결과 및 주요 상황을 신속히 공지할 예정"이라며 "결과 분석과 향후 계획 등을 담은 종합 자료는 발사 후 24시간 이내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 2025-12-23 08:57
사진
장동혁, 20시간째 내란재판부법 필버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맞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20시간 째 이어가고 있다. 이는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으로, 종전 기록은 지난 9월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의 17시간 12분이다. 장 대표는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 1번 주자로 나섰다. 제1 야당 대표가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대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5.12.22 pangbin@newspim.com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한 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표결 처리할 방침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 즉 179명 이상의 찬성 표결로 종결할 수 있다.  해당 법안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죄 사건 등을 전담해 집중 심리할 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2개 이상 설치하고 사법부 내부 절차를 중심으로 전담재판부를 구성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seo00@newspim.com 2025-12-23 08:06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