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캐피털 미일 컨소시엄 합류...단독인수는 어려워
[ 뉴스핌=황세준 기자 ] 도시바 메모리사업의 새 주인이 다음주 결정되는 가운데 막판 혼전양상이 벌어지면서 SK하이닉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관련업계와 일본 현지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오는 15일 이사회에서 메모리사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합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거래 마무리 목표시점은 내년 3월 31일이다.
도시바 인수전은 SK하이닉스, 미국 브로드컴, 대만 홍하이그룹, 미국 웨스턴디지털 등 4파전 양상이다. 이중에서 일부 보도를 통해 2조2000억엔을 써낸 미국 브로드컴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 상황이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측이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그들이) 입찰 프로세스를 방해했다"며 "관심있는 제3 자와의 논의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사실상 인수 유력후보는 아닌 것으로 점쳐졌다. 1조~1조5000억엔 수준을 써낸 SK하이닉스 역시 인수 가능성이 높지 않은 후보로 분류됐다.
그러나 SK하이닉스와 손잡은 베인캐피털이 일본 산업혁신기구가 주도하는 미일연합 컨소시엄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새롭게 알려지면서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
최태원 회장 <사진=SK그룹> |
미일연합에는 웨스턴디지털도 참여하고 있다. 곧, 베인캐피털의 미일연합 참여는 SK하이닉스와 웨스턴디지털이 간접적으로 손을 잡는 모양새를 만든다.
SK하이닉스로서는 컨소시엄 내에서 지분이 더 적어질 수 있지만 도시바 메모리사업 인수에 좀 더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는 측면도 있다. 도시바 인수 우선권을 주장해 온 웨스턴디지털 역시 막판 드라마를 노려볼 수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과 손잡고 도시바 메모리 지분 51%를 인수할 계획으로 지난달 19일 최종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현지 언론들은 베인캐피털이 미일연합에도 공동 출자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브로드컴이 부상하기 전까지 미일연합은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일본 산업혁신기구, 정책투자은행 등 정부가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라는 점에서다.
우선협상자 선정에 1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미일연합이 도시바에 어떤 새로운 인수 조건을 제시할지가 막판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SK그룹에서 도시바 인수전 참모 역할을 맡고 있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달 24일 취재진에게 "도시바 인수전이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세상이 깜짝 놀랄 뉴스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시장은 박 사장의 ‘깜짝 놀랄 일’ 발언에 대해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또 다른 ‘묘수’를 준비중이라는 의미로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30조원으로 판이 커진 이번 인수전에 SK하이닉스 및 SK텔레콤만으로 입찰에 참여하기에는 자금 부담이 있는 만큼 연합 결성은 필수라는 진단이다. 일본 내에서는 기술 유출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있는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