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와 사투 벌이다 귀·폐 질환,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직업특수성 고려한 화상·정신질환 전문병원설립 필요”
[뉴스핌=황유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42년만의 소방청 독립과 소방관 국가직 전환, 소방공무원 증원 등을 약속하면서 소방관 처우 개선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국내에 단 한 곳도 없는 국립 소방전문병원 설립도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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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화재 이틀째인 지난 2일 오후 산 정상에서 지난 새벽부터 고된 진화 작업을 마친 소방관이 잠시 모자란 수면을 청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국민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5년 특수건강검진을 받은 전체 소방관 3만7638명 중에 2만3203명이 '건강이상'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픈 소방관'이 62% 가까이 되는 것입니다.
지난 5년 간 아픈 소방관의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아픈 소방관의 비율은 2012년에는 47.5%, 2013년에는 53.5%, 2014년에는 56.4%였습니다.
특수건강검진을 통해 이상 판정을 받은 소방관 2만3203명 중에서 직업병 소견 또는 우려 판정을 받은 소방관은 22.3%인, 5191명이었습니다.
특히 소음성 난청 등 귀 질환과 폐질환이 많이 발견됐습니다. 소방관들이 작업 현장에서 독성 연기, 광물성 분진을 마시는데다 소음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참혹한 사고 현장을 목격하는 데 따른 스트레스로 수면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도 보고됐습니다. 물론 화상도 소방관의 직무와 관련된 질병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소방공무원의 업무특수성을 감안한 화상·외상 치료, 호흡기 질환,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 재활치료 등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소방전문병원 설립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이상규 연세대 보건대학원 병원경영학과 교수는 '소방병원 건립 검토를 위한 기초조사 연구' 보고서를 통해 소방병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교수는 "소방전문병원 설립은 소방공무원의 특수성을 감안한 치료와 특수건강진단 기관의 확보 측면에서 필요한 사업"이라며 "뿐만 아니라 의료이용 자료와 건강진단 자료를 활용해 각종 업무 관련성이 의심되는 질환 등에 대한 예방대책 수립 및 추적연구를 통한 공상 확대 기반 마련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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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전문병원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현재 국내에서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대신 지역의 거점병원과 협약한 소방전문치료센터가 전국 67개 있습니다.
그러나 이 치료센터마저도 소방공무원들이 혜택을 얻기에는 비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5년 김승섭 고려대 교수가 연구한 '소방공무원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방관 중 지정병원이 어디인지 알고 이용해본 적이 있다는 소방관은 4.6%에 불과했습니다.
예산 보전 치료가 아닌 감면 혜택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멀리 있는 지정병원을 찾아가는 것보다 근처 종합병원을 이용하는 게 낫다는 게 소방관들의 의견입니다.
대전·충북지역에서 근무하는 A 소방관은 "지정병원이 전문성도 떨어지는 데다 너무 멀어서 교통비 따져보면 거기까지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서울시가 지난 3월 시립병원을 이용해 소방전문병원을 운영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이 또한 정부 주도가 아니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국군병원이 전국 14곳, 보훈병원이 전국 6곳 운영되는 것에 비교하면 국립 소방전문병원의 설립은 더욱 절실해집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소방전문병원 설립이 대선공약에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현재 사전검토 단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가장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 소방관들. 국가직 전환, 증원에 이어 소방전문병원 설립을 통해 이들의 노고에 대한 보상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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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화마와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 [뉴시스] |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